봄이 되면 찔레꽃이 새하얗게 눈부시고
가을 되면 들국화 향기 코를 찌르던
밭 언덕에 올라서면 황토 냄새 부드럽다.

산 까치 울어대던 기다란 황토밭에
누런 소에 쟁기를 걸어 밭갈이하시던 우리 아버지
지금은 황토 이불 덮으시고 편히도 누우셨네.

일생에 단 한 번도 외박을 모르시던 우리 아버지
무슨 사연 있으셔서 처음 하신 외박이 그렇게도 길단 말인가?

솔바람도 돌바람도 옛 바람 그대로인데
철 따라 피는 꽃도 해마다 피건마는
인자하신 우리 아버지 그 모습 그 체취는 어느 때나 느껴볼까?

어머님 먼저 보내시고 남은 삶을 눈물 감추시며 사시던 우리 아버지
어머님 곁에 누우시니 그렇게도 좋으신가?
다시 한 번만 오시면 드릴 것도 많건마는
한 번 가신 우리 아버지 다시는 안 오시네.


김영삼·춘천시 공지로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