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들은 노란 색을 느낄 때 왜 자살을 할까?’라는 싯귀가 있다.어떻게 이렇게 낙엽을 맛깔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감탄하게한다.노벨상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쓴 시집 ‘질문의 책’은 수록된 모든 시가 질문으로 앞의 문장도 이 중 하나이다.질문에 답을 떠올리면서 시를 읽다보면 오롯이 자신만의 시로 재해석되는 기뿜을 맛볼 수 있다.시를 다 읽은 후에는 질문만으로도 이렇게 정제된 시적 묘사를 할 수 있구나에 탄성하면서 마음이 무거워짐을 느낀다.시 귀절마다 삶에 대한 성찰,즉 뭔가 생각을 권하는 까닭이다.

떨어지는 잎들은 보통 쇄락은 물론 더 나아가면 죽음까지 연상하게 한다.이해인 수녀님의 시 ‘낙엽’중에도 ‘이승의 큰 가지 끝에서 내가 한 장 낙엽으로 떨어져 누울 날은 언제일까 헤아려보게 한다’ 가 나온다.화려함의 정점 한가운데서 떨어지는 낙엽이니 아름다움과 사라져가는 쓸쓸함이 공존함은 당연하다.다만 누구에게는 쓸쓸함이 누구에게는 아름다움이 각자의 상황에 따라 강조되어 보이는 부분이 그저 다를 뿐이다.

어차피 시간 윤회의 한 과정인 것을 낙엽에 뭐 그렇게 거창한 의미를 담냐고 혹자는 꾸짖을 지 모른다.치열하게 경쟁하는 속세의 건조한 삶이 자연이 주는 맛을 제대로 음미못하는 관성을 만들어서 그런가 싶어 아차 반성한다.봄 가을에 우리가 자연을 가까이해야만 하는 것은 삶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것이라는 법정스님 말씀을 떠올려보면 가을에는 단풍과 낙엽구경 봄에는 꽃구경으로 풍광을 즐기면 그뿐인 것이라 생각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지혜로 일년 열두달을 명명한 인디언들은 낙엽의 달 11월을 모두가 사라진 것은 아닌 아직도 해야할 일이 있는 달로 정의한다.인디언들이 남은 두달 ‘아직도’에 방점을 찍었다면 속도의 시대에 경쟁과 함께 사는 우리는 ‘해야할 일이 남은 달’에 강조의 방점을 찍고 마음을 괴롭힌다.낙엽을 보면 단순한 감상보다는 일년 회한을 습관처럼 떠올리게 된다.우리네 삶이 ‘성취’에만 매몰되었기 때문이다.천천히 단순하게 변화하면서 행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자연이 보여주는데 팍팍한 현실이 그 교훈을 도외시하게한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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