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이야기] 도루묵·양미리
“속초로 싱싱한 도루묵 양미리 맛보러 오세요.”
날씨가 쌀쌀해지면 속초의 항구 주변에는 연탄 위 생선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늦가을부터 잡히기 시작하는 알이 가득한 도루묵과 부드럽고 기름기가 있어 고소한 양미리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요즘 동해안에는 제철 맞은 도루묵과 양미리가 식도락가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살 연하고 비린내 없어 담백한 맛
알, 특이한 식감 식도락가 유혹
도루묵에는 재미난 옛 이야기가 전한다.조선의 선조가 임진왜란 중 피난길에 ‘묵’이라는 생선을 먹고 맛있어 ‘은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난이 끝난 후 궁궐에서 ‘은어’를 다시 맛보았는데 예전 그 맛이 아니었다.그래서 원래 이름으로 다시 부르라며 “도로 묵이라 부르라” 했다.그래서 ‘도루-묵’이 됐다.
도루묵은 냉수성 어종이다.여름에는 동해 깊은 바다에 서식을 하다가 겨울철 산란기에 이르면 연안으로 몰려들고 이때에 그물로 잡는 것이다.알이 들어 연안에서 잡히는 시기가 양미리와 거의 겹친다.잡는 방법도 비슷해 도루묵이 걸린 그물을 뭍에 올려 떼어내는 작업을 한다.그래서 겨우내 속초항에 들어오는 조그만 어선들은 양미리 아니면 도루묵이 가득 실린 어선이라 보면 거의 맞다.
이와함께 도루묵의 살은 생으로 굽거나 끓이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도루묵은 살의 결이 굵고 알의 겉면에서 느껴지는 미끌함이 약간 묻어 있어 입안에서 감기듯 후루룩 넘어가는 촉감이 좋다.
■양미리
구이·볶음·조림 등 조리법 다양
필수 아미노산 등 영양소 풍부
동해안에서 양미리라고 부르는 생선의 바른 이름은 까나리다. 서해안에서는 봄에 어린 까나리를 잡아 젓갈을 담그고 동해안에서는 산란기에 있는 다 큰 까나리를 잡아 굽거나 찌개를 끓이거나 졸여서 먹는다.양미리라는 생선이 따로 존재하는데 까나리와 비슷한 모양새다.여기서는 잘못된 이름이긴 하지만 양미리로 적기로 한다.양미리의 산란기는 겨울에서 초봄 사이며 냉수성 어종으로 해수 온도가 떨어지면 연안에 바싹 붙어 알을 낳는데 이때를 맞춰 그물로 거두는 것이다.양미리가 그물코에 박혀 있는 채로 뭍에 올리면 사람들이 그물에 붙어 양미리 떼는 작업을 한다.배를 타고 양미리 잡는 일은 남자가,그물에서 양미리 떼는 작업은 여자가 주로 한다.
요리 방법은 다양하다.깨끗이 씻어 소금을 뿌려가며 그대로 구워먹을 수도 있고,찬바람에 말려 꾸덕뚜덕해지면 볶음,조림으로도 먹을 수 있다.푹 익은 김치와 함께 찌개를 끓어 먹어도 그만이다.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양미리 요리의 백미는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양미리를 석쇠에 올려놓고 소금을 뿌려가며 즉석에서 구워먹는 소금구이.반찬으로는 물론 소주 한잔 곁들인 안주로도 일품이다.양미리를 깨끗이 씻은 뒤 별다른 손질없이 통째로 구워 뼈째 먹는 것이 특징이 만큼 씹히는 맛도 독특하다.게다가 필수 아미노산, DHA, 노화방지 핵산 등이 풍부한 식품으로 건강 증진 효과도 높다고 한다.
박주석 jooseok@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