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강원도사회문화연구소 연구위원
▲ 박광희
강원도사회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살아가는 자의 슬픔, 살아남은 자의 행복.며칠전 ‘커먼즈(commons)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는 문화적·지적 커먼즈로서 언어,사회적 관행과 양태 등을 언급하며 자본의 핵심을 ‘축적을 위한 축적’이라고 보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자본의 축적’이 아닌 ‘가치의 축적으로의 전환을 촉구한다’를 주제로 토론을 했다.최근 우리 사회에도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데 ‘커먼즈’란 공공성에 기초한 새로운 공동체,공유,그리고 넓게는 공유지와 공공재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다.이제 우리 사회도 인류공동체로서 개인의 삶과 공동의 삶을 조화시켜야 할 시점에 난민을 바라보며 함께 행복과 번영을 나눌 방법을 고민하면 좋겠다.

떠오르는 세 장면

첫 장면:그리스의 명장들이 참전한 트로이전쟁.모두가 조국으로 돌아간 뒤 오직 오디세우스(Odisseuseu)만이 10년 동안 세상을 떠돌고 있다.온갖 고난과 유혹을 이겨내고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가는 오딧세이(Odyssey)의 주인공 오디세우스.그의 귀환은 고난을 이겨낸 영웅으로서의 인간 표상이다. 두 번째 장면: 2차 대전 참전 경험으로 쓴 커트 보니것(Kurt Vonnegut)의 소설 「제5도살장」의 마지막 장면. 전쟁으로 폐허가 된 길을 걸어가는 빌리(Billy)에게 한 마리 새가 지저귄다. “푸티윗(Poo-tee-weet)”. 연합군의 무차별 공습으로 13만 명이 사망하고 살아있는 모든 것은 엿가락처럼 엉겨 붙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생지옥이 되었다. 무자비한 만행을 지켜본 새가 빌리에게 지저귀는 소리 ‘푸티윗!’ 이 울음은 인간의 만행에 대해 무슨 할 말이 있을까 라는 암시로 들린다.마지막 장면: 2015년 9월 해안가에 떠밀려온 한 시신이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다.시리아 난민 소년 쿠르디(Alan Kurdi)는 부모와 함께 이국에서의 삶을 꿈꾸며 이민선을 탔다가 익사체로 발견되었다.

이 세 장면은 모두 난민으로서의 삶을 담고 있다.첫 장면과 두 번째 장면은 모두 귀환에 성공한 영웅과 주인공을 그리고 있으나 세 번째 장면은 귀환하지 못하고 인류의 가슴에 아픔과 상처로 남은 어린 소년 이야기이다.

별을 품고 ‘인문(人文)’을 그리다

오래 전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을 떠올린다.‘인문’이란 ‘인간의 무늬’며 ‘인문’이란 결국 ‘인간다운 삶’이 아니겠냐는 내용이었다.그런데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것이 어디 인문학자와 인문학만의 영역이겠는가.“하늘의 별이 우리를 인도하는 시대는 참으로 행복하다”는 루카치(Lukacs)의 말이 더 이상 유효할 것 같지 않은 이 시대에,바쁜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볼 일은 매우 드물 것이다.그러나 쿠르디는 우리 가슴속의 별이 되었다.해변에 밀려온 쿠르디를 생각하고 난민들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면,푸른 별 지구에서 우리가 인류공동체로서 평화와 행복을 나눌 수 있는 기회는 좀 더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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