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세 장면
첫 장면:그리스의 명장들이 참전한 트로이전쟁.모두가 조국으로 돌아간 뒤 오직 오디세우스(Odisseuseu)만이 10년 동안 세상을 떠돌고 있다.온갖 고난과 유혹을 이겨내고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가는 오딧세이(Odyssey)의 주인공 오디세우스.그의 귀환은 고난을 이겨낸 영웅으로서의 인간 표상이다. 두 번째 장면: 2차 대전 참전 경험으로 쓴 커트 보니것(Kurt Vonnegut)의 소설 「제5도살장」의 마지막 장면. 전쟁으로 폐허가 된 길을 걸어가는 빌리(Billy)에게 한 마리 새가 지저귄다. “푸티윗(Poo-tee-weet)”. 연합군의 무차별 공습으로 13만 명이 사망하고 살아있는 모든 것은 엿가락처럼 엉겨 붙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생지옥이 되었다. 무자비한 만행을 지켜본 새가 빌리에게 지저귀는 소리 ‘푸티윗!’ 이 울음은 인간의 만행에 대해 무슨 할 말이 있을까 라는 암시로 들린다.마지막 장면: 2015년 9월 해안가에 떠밀려온 한 시신이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다.시리아 난민 소년 쿠르디(Alan Kurdi)는 부모와 함께 이국에서의 삶을 꿈꾸며 이민선을 탔다가 익사체로 발견되었다.
이 세 장면은 모두 난민으로서의 삶을 담고 있다.첫 장면과 두 번째 장면은 모두 귀환에 성공한 영웅과 주인공을 그리고 있으나 세 번째 장면은 귀환하지 못하고 인류의 가슴에 아픔과 상처로 남은 어린 소년 이야기이다.
별을 품고 ‘인문(人文)’을 그리다
오래 전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을 떠올린다.‘인문’이란 ‘인간의 무늬’며 ‘인문’이란 결국 ‘인간다운 삶’이 아니겠냐는 내용이었다.그런데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것이 어디 인문학자와 인문학만의 영역이겠는가.“하늘의 별이 우리를 인도하는 시대는 참으로 행복하다”는 루카치(Lukacs)의 말이 더 이상 유효할 것 같지 않은 이 시대에,바쁜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볼 일은 매우 드물 것이다.그러나 쿠르디는 우리 가슴속의 별이 되었다.해변에 밀려온 쿠르디를 생각하고 난민들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면,푸른 별 지구에서 우리가 인류공동체로서 평화와 행복을 나눌 수 있는 기회는 좀 더 많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