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영   농협중앙회 강원본부장
▲ 김건영
농협중앙회 강원본부장
11월 초 늦가을의 정취가 내 눈과 마음을 빼앗는다. 만산홍엽과 함께 이제는 비어버린 논과 밭도 그런대로 잘 어우러진다.8월 여름 날 안개 낀 안반데기의 배추 밭 풍경은 내 기억 속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다.그냥 배추 일 뿐인데 그렇게 아름다운 장관을 이룰 줄이야.요즈음 강원도 곳곳을 다니며 느끼는 점 중 하나가 시골집들이 하나 같이 예쁘다는 것이다.풍광이 좋던 아니던 유럽 농촌 사진에서 보았던 풍경이다.농촌은 도시민들의 피난처다.시멘트 숲에서 업무에 시달이던 사람들도 시골에 가면 마음이 편해진다.시간도 느려지고 마음도 느긋해 진다.계절에 따라 변화는 농촌의 모습 자체가 아름답다.농촌의 어메니티(amenity) 자원인 것이다.

하지만 농촌인구 중 65세 이상의 연령이 40%에 육박한다.2026년에는 50%를 넘을 것이란다.강원도 농촌의 경우에 70세 이상의 고령 농업인이 대다수다.10년 후 우리 농촌을 생각하면 지금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젊은 사람들이 농촌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현실이 녹녹치 않다.농가소득 중 가장 주된 소득원인 농업소득이 20년째 1000만원을 조금 넘어 제자리다.농업 외 소득이라도 올리기 위해 6차산업 활성화,팜스테이,태양광발전 확대 등에 관심을 갖지만 한계가 있다.

젊은 사람들이 농업을 기피하고 나이든 농업인이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다면 우리 농촌은 어떻게 될까?농업은 가장 기본적 역할인 식량 생산 이외에도 여러 가지 기능이 있다.우선 국민들에게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식량 안보 기능이다.기후 온난화 영향으로 각종 자연재해가 끊이질 않고,자국이익 우선주의 경향이 짙어지는 이때 식량 안보는 국민의 생존권과 직결된다.둘째로 농촌의 아름다움과 아늑함을 제공하는 농촌의 풍광 보존과 대기와 수질을 정화하고 토양유실의 경감 등 생태계를 유지하는 환경보전 기능이 있다.이밖에도 수자원 확보와 홍수방지,농촌지역사회 유지와 그 속에 깃들어 있는 농촌의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보전하는 기능이 있다.정확히 수치화 하는데는 어려움이 있겠지만,우리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100조원 이상으로 막대하다.

정부는 내년 지방 선거 때에 헌법 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붙일 예정이다.이에 맞춰 농업계에서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 개정 내용에 넣자고 주장한다.그 내용은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그 중요성을 헌법에 명시하고,국가의 책무를 규정하고 농업인에 대한 재정지원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그 이유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 강화는 농업인 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국토의 균형 발전 등 국가 전체의 공익 증대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따라서 국민의 삶을 규정하는 최고의 규범인 헌법에서 이에 대한 가치를 천명할 필요가 있다.또한 농업의 공익적 기능은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공공재로 이를 보호하고 육성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역할이기 때문이다.농업인에게 직접지불제 등을 통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질 필요도 있다.

농협 또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기 위한 국민공감대 1000만 명 국민서명 운동을 시작했다.서명 운동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 개정 내용에 반영시키기 위한 여론 조성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농업인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함께 누리는 것으로 강원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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