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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이사람] 이상권 양양목재문화체험장 지킴이

“7전8기 끝 목공으로 가장 즐겁고 보람된 일 찾아”
30년 직장생활 정리 2005년 귀향
토종닭·산양삼 등 시행착오 겪어
숲체험 일 오히려 폐암 극복 계기
올해 목공체험지도자 배출 계획

최훈 2017년 11월 11일 토요일
도대체 한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나 많은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할까 싶지만 이씨의 젊은날 직업은 뜻밖에도 경찰공무원이다.3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한 이씨는 나이 쉰 즈음인 지난 2005년 고향 양양 공수전리로 돌아왔다.“더 늦기 전에 새로운 삶을 개척하자”는 막연한 다짐이 결국 그를 ‘명퇴’라는 쉽지 않은 결정으로 이끈 것이다.

그러나 고향에서의 새로운 삶은 생각같지 않았다.“귀농·귀촌자들에게는 일정한 순서가 있어요.농촌 생활과 지역 정서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지만 저도 처음에는 토종닭,토종벌,산양삼,약용버섯을 시작으로 친환경,무농약 농사도 짓고 염소,한우 등 안 해 본 게 없어요.경험이 없던 일을 하려니 당연히 시행착오가 있었죠.그나마 한우 사육이 괜찮았는데 마침 구제역으로 그 마저도 접을 수 밖에 없었어요.”

오랫동안 고향마을을 떠나 있었기에 그는 마을 심부름이라도 하겠다는 마음으로 마을 사무장까지 맡으면서 열심히 했지만 돌아온 대가는 혹독했다.고민 끝에 이씨는 평소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기로 결심했다.평소 미국 부통령이었던 엘고어의 ‘기후프로젝트’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국제환경NGO 관련단체가 한국에도 지부가 설립돼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교육에 참가한다.기후변화와 관련된 공부를 시작하면서 관심은 자연스럽게 나무와 숲으로 연결됐다.

▲ 양양목재문화체험장
▲ 양양목재문화체험장
나무와 숲에 대한 애정은 오래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나무집 짓는 일 배우기로 연결됐으며 이씨는 전국의 한옥학교를 수소문한 끝에 지리산 실상사 통나무집과 한옥학교에서 정규과정을 마쳤다.나무와 숲이 주는 편안하고 따뜻함이 그의 적성에 잘 맞고 재미도 있었다.이렇듯 기후변화와 숲에 관심을 갖고 활동 영역을 넓혀가던 중에 목재문화체험관과 인연이 돼 목공체험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다.

하지만 어렵게 좋아하는 일을 찾아 새로운 삶을 설계하던 이씨에게는 또다시 위기가 찾아온다.목재문화체험관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무렵에 폐암말기 선고를 받은 것이다.죽음이 눈앞까지 다가왔음을 느낀 이씨는 가족들에게도 폐암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치료가 어려운 병인 만큼 가족들에게 조차 하루라도 부담을 주기 싫었다는게 그 이유였다.지구 온난화를 걱정하며 나무와 숲이 주는 치유의 기능을 믿었기 때문일까,이씨는 극적으로 병마를 이기고 건강한 모습을 되찾았다.

좋아하는 숲에서 나무를 어루만지며 새로운 삶을 살게된 그는 남은 생을 고향에서 봉사와 의미 있는 일을 하며 보내기로 결심했다.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양양목재문화체험장을 찾아오는 이들이 보다 더 가까이 숲과 나무를 느끼고 치유와 안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기적처럼 폐암이 완치된 것도 어쩌면 나무와 숲 이야기를 통한 기후문제를 널리 알리라는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 기후변화 관련 강연을 하고 있는 이상권씨
▲ 기후변화 관련 강연을 하고 있는 이상권씨
지금까지 이씨가 나무이야기와 기후변화 관련 강연을 한 횟수는 수 백회 이상으로 셀 수도 없다.초·중·고교생들과 사회단체는 물론 특히 군부대에서 장병들의 환경교육 강사로 자주 초청한다.강원도내 군부대는 이씨가 가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그에게 강의를 들은 장병들은 가끔 전역을 하며 연락을 하기도 한다.

목공체험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씨는 양양목재문화체험장에서 두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하나는 목재를 이용해 목걸이,열쇠고리 등 간단한 액세서리를 만드는 체험이고 또하나는 전문적으로 생활가구 등을 만드는 목공학교 프로그램이다.특히 올해는 양양목재문화체험장이 산림청의 목재문화활성화사업에 선정돼 일반인을 대상으로 목재체험교실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여기에 최근에는 양양목재문화체험장이 목공체험지도사 양성교육원으로 지정돼 11월부터 본격적인 교육을 통해 지도사들을 배출할 계획이다.

▲ 목공예작품
▲ 목공예작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해왔던 많은 일들이 모두 흥미로웠지만 그 중에서 목공을 할 때가 가장 즐거웠고 보람이 있어요.숲이 좋아서,나무가 좋아서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목재체험장을 찾아 오신 분들이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나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행복해집니다.그리고 좀 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숲과 나무를 경험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또 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나무와 사람을 이야기하는 목공체험지도사 이상권 씨의 얼굴에는 숲과 같은 편안함이 담겨있다.스스로 장인이기 보다는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며 이 곳을 찾는 이들에게 손끝으로 숲과 나무를 전하는 그 또한 숲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최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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