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어른 못지않게 바쁘다.정규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꽉 짜여 진 스케줄에 따라 움직인다.젖을 떼기 무섭게 어린이 집에 몸을 의탁하는 게 보통이다.유치원을 거치면서 이미 정규교육 이전의 학습을 한다.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정규 교육과정에 준하는 코스를 밟는 것이다.어려서부터 규격화된 교육과정에 맡겨지다 보면 집에서 아무렇게 부대끼며 커가는 무정형의 시간이 줄어든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다.일단 현대식 교육의 궤도에 올라 탄 이상 자의적으로 멈추거나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쉽지 않다.시류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선 일정한 속도와 학습의 량을 소화해야 한다.이것은 반드시 해야 하고,저것은 해서는 안 된다는 하는 식의 주문이 많아진다.자연이 외부환경에 때 묻지 않는 동심(童心)이 스스로 자유 의지를 키워나갈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과도한 교육은 오히려 비교육적 영향을 미친다.교육을 받을 권리 못지않게 교육을 받지 않을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이런 면에서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개한 아동·청소년 인권 국제기준 인식도 실태조사 결과는 시사점이 크다.이화여대 산학협력단이 10~19세 아동·청소년 1179명,학부모·교사 849명을 대상으로한 조사에서 아동·청소년들은 필요할 때 쉴 수 있는 것을 중요한 권리로 꼽았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8.2%가 쉬고 싶을 때 충분히 쉬지 못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들 가운데 72.6%는 쉴 수 있는 시간의 부족을 그 이유로 꼽았다.충분히 놀지 못한다고 한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8.9%가 학원을 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고,17.1%는 학교와 학원의 숙제가 많아서라는 대답을 했다.결국 아동·청소년들에게 과도하게 부하되는 과제는 이들의 성장을 왜곡하게 된다.

‘예기(禮記)’ 내칙(內則)편에 “어린이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하고 싶은 대로 한다.먹고 싶은 것은 때 없이 한다.(儒子蚤寢晏起 唯所欲 食無時)”는 대목이 보인다.규문(閨門)안의 예절과 의식을 다루는데 아동 교육이 빠질 수 없다.그 시기의 교육을 자고 싶은 대로 자고,놀고 싶은 대로 놀고,먹고 싶은 대로 먹게 하는 것으로 본 것같다.강제하지 않고 스스로 커나갈 시간을 줘야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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