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성숙   경운교육연구소장
▲ 민성숙
경운교육연구소장
올 봄에 뇌성마비 불자 장애시인들의 모임인 ‘보리수 아래’ 회원들의 시에 몇 명의 작곡가들이 작곡을 해서 음반을 만드는 작업을 했었다.이 좋은 일에 나도 참여하여 다섯 곡을 작곡하고 직접 노래도 했다.돌이켜 보면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아름다운 꿈꾸며 사랑하는 우리,아무도 가지 않는 길 가는 우리들,누구도 꿈꾸지 못한 우리들의 세상 만들어 가네….”아름다운 동요에서 말 하는 것처럼 보리수 아래 회원들이 ‘아시아 장애인 공동시집’을 묶고 싶다는 야심찬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래서 내가 5년 전부터 교류하던 미얀마 장애인협회를 통해 미얀마 장애시인들을 보리수 아래 회원들에게 소개했다.그렇게 서로 마음을 내고 정성을 모아 마침내 ‘아시아 장애인 공동시집’이 첫 번째로 세상에 태어났다.‘빵 한 개와 칼 한 자루’라는 시집이다.이미 시월에 서울에서 출판기념회를 한 우리들은 지난주에 그 책을 가지고 미얀마에 가서 작가들께 책을 전달했다.국경을 넘는 문우애(文友愛)는 참으로 훈훈했다.이번 여행에는 모두 18명이 함께 동행했다.스님과 천주교인,기독교인이 함께 있고 뇌병변장애와 지체장애 그리고 저시력장애우도 있고 공군사관학교 교수와 아시아N 잡지 발행인,아름다운 다큐를 전문으로 하는 푸른영상 대표,마음씨 착한 자원봉사자도 함께했다.어찌 보면 서로 맞지 않을 수도 있는 멤버들이었지만 우리들은 행복했다.패캐지 여행이 아니라 같은 목적을 갖고 정성어린 마음으로 함께한 여행이어서 그런지 연령대도 다양하게 20대부터 70대 모두 불만 하나 없이 서로에게 감사하며 돌아왔다.

시각장애시인인 미앗쭈에잉의 시 ‘빵 한 개와 칼 한 자루’를 소개한다.‘친구야! 너에게 있어서 인생이란 날카로운 칼 한 자루가 될 수도 있어.그게 아니라면 설탕 한 컵이나 꿀 한 병이 될 수도 있어.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인생이란 달콤한 즙이 말라버린 사탕수수 한 대를 꾸역꾸역 빨고 있는 것만 같아 친구여.친구야! 빵 한 조각이랑 반찬을 위해 빚을 져야 했던 내 눈물들은 바닷물처럼 엄청나게 불어났지.대접하고 싶지 않은 음식을 먹으며 내주고 싶지 않는 곳에서 구부린 채 좁은 공간에서 힘들게 나날들을 정말 힘들게 견뎌 왔어.잔인함이 나를 억누르고 어려움이 나를 내려치니까 힘든 나의 인생에는 아름다움은 없고 상처만 가득하니 너의 시선으로는 차마 볼 수가 없을 거야 친구여.친구야! 너도 가고 있고 나도 가고 있어.우리가 가고 있는 여정에서 나눠줄 선행을 힘을 합쳐 베풀면서 우리가 가야 할 미래의 그곳에서 이르도록 앞을 향해 나아가자 친구여.’

시인은 장애인으로 세상을 살아야하는 어려움을 조금만 힘을 주어도 파삭 바스라지는 마른 빵이라 했다.장애인을 향한 날카로운 칼 한 자루가 될 것인가 아니면 달콤한 설탕이나 꿀 한 병이 될 것인가? 너도 가고 있고 나도 가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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