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개월 적폐청산 명목으로 하는 걸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감정풀이냐,정치보복이냐 이런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지난 12일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관여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바레인 출국길에 앞서 인천공항에서 발표한 기자회견의 첫 대목이다.그러면서 군의 조직이나 정부기관 조직이 무차별적으로 불공정하게 다뤄지는 건 우리 안보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나는 보기 싫은 뉴스 나오는 신문과 방송은 일절 보지 않는다.대신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밴드나 단체카톡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정보에 대해 애써 부인하려는 이들의 얘기다.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특징은 공감 커뮤니케이션이다.그러나 뜻이 맞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강조되기 때문에 배타성과 편협성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이같은 현상은 사회적 이슈나 정치적 사안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되는데,한국 사회처럼 정치적 편가르기가 만연한 사회일수록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면서 그렇지 않은 정보에 대해서는 무시함으로써 결국 스스로 자신만의 울타리에 갇히고 마는 것을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그의 저서 ‘감정독재’에서 “확증 편향은 정치적 논쟁이나 토론의 가치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주장한다.한국 정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주로 정치인들만 욕할 뿐 대중은 늘 피해자라는 식으로 말하지만,정치인들은 대중의 확증 편향에 영합할 뿐이라는 것이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확증 편향은 결국 사회를 분열시킨다.자기 생각과 비슷한 주장만을 받아들임으로써 정보의 바다 시대에 오히려 소통의 통로가 좁아지는 아이러니도 발생한다.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하는 사회적 미성숙의 결과다.

지난 정권의 국정원장들이 연일 검찰 포토라인에 서고 있다.이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신념에 대해 일말의 의심도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인천공항 출국장에서 밝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적폐청산에 대한 인식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한 때 나라를 이끌었던 이들에게서 확증 편향의 단면을 보는 듯하여 씁쓸하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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