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인데 뭐 이렇게 인색하게 내일 네일 구별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젊은 아내들은 가사일 분담에 까칠하다.그럴 수 있겠다싶다.가사 일이 그동안 너무 여성에게 편향되어 왔고 그 편향이 지금도 진행형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책 ‘시민의 품격’은 ‘~답게’라는 접시저울은 한쪽에는 자신이 치러야 할 의무를 다른 한쪽에는 남들의 기대치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아내답다 쪽에 있던 의무감이나 기대감을 덜어서 지금 남편의 답다쪽으로 옮기면서 기성세대는 그 이동을 수용하려고 목하 노력중이다.일하는 여성이 증가하면서 가사 육아를 책임지는 것이 아내들 몫인 것은 너무 버겁다는 생각을 하게 된 까닭이다.

돌풍의 책 ‘82년생 김지영’은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기가 얼마나 녹록지 않은지를 보여준다.일상 속 깊게 녹아 있는 남녀불평등에 우리도 일조했음을 반성한다.인상적인 한귀절이다.아이를 낳아야 하나 고민하자 남편이 김지영씨에게 ‘내가 많이 도와줄게.잃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얻게 되는 걸 생각해봐’라고 한다.그 말에 김지영씨는 ‘오빠가 잃는 건 뭔데?나는 직장 동료 친구 네트워크 계획 미래 다 잃을지 몰라.그래서 자꾸 잃는 걸 생각하게 돼’라고 말한다.

어떤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선택되지 못한 것들을 잃게 되는 비용을 기회비용 혹은 포기비용이라 말하는데 위의 김지영씨가 애기낳는 것을 주저하는 것도 바로 이 기회비용 때문이다.책 선택의 조건은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결정을 내린 후에 다른 걸 선택했더라면 하는 생각에 후회가 커지고 선택한 것에 만족은 작아지게 된다고 말한다.결국 여성 삶에서 활발한 직장생활과 사회활동 등 선택지가 다양해졌다는 것이 여성들의 비혼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 셈이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최근 30대 남녀를 대상으로 결혼하지 않는 이유를 조사했더니 여성은 가부장적 결혼문화가 싫어서라는 응답이 전체의 10%를 넘어섰다고 한다.내것을 잃기 싫음은 물론 의무조차 하기 싫은 여성의 이기심이 읽혀진다.남성들이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만큼 여성의 양성평등 주장도 상식적이어야 한다.결혼은 감정못지 않게 이성적인 노력이 필요함은 물론 늘 역지사지 자세이어야 한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ck@hanmail.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