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마음이 머무는 곳, 고성문화마을
고성출신 신종택 조각가
옛 죽왕초 구성분교 일대에 예술가 창작 스튜디오 조성
갤러리·도서관·공방 등 활용
지역주민 체험 프로그램 운영

▲ 고성출신 신종택 조각가가 폐교된 죽왕초교 구성분교장에 지난 2013년 조성한 고성문화마을.창작 스튜디오 겸 갤러리,공연장,체험공방 등으로 구성됐다.
▲ 고성출신 신종택 조각가가 폐교된 죽왕초교 구성분교장에 지난 2013년 조성한 고성문화마을.창작 스튜디오 겸 갤러리,공연장,체험공방 등으로 구성됐다.
어렸을 적 우리 가족은 깨끗한 바닷가에서 해수욕을 해야 한다는 부모님 신념(?) 하에 강릉에서 양양으로,양양에서 속초로,속초에서 고성으로 자꾸만 위로 올라가 여름휴가를 보냈다.가장 많은 여름을 보낸 곳이 고성의 화진포 해수욕장이었다.내 기억 속 고성은 청정 바다 화진포와 화진포의 성,김일성 별장뿐 이었다.조심스럽게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할뿐 김일성 별장이나 이승만 별장에서 추억을 쌓기엔 한계가 있었고 깨끗한 바다를 즐기는 것도 한 계절 이었다.

이렇듯 아름다운 자연환경 외에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별다른 관광자원이 없다고 생각했던 고성에 폐교를 활용한 예술가 레지던스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정보가 많지 않아 자세히 알 수는 없었지만 작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 끊임없이 창작활동이 이뤄지고 발표되는 듯한 아우라에 전시 기간에 맞춰 직접 방문해 보았다.

춘천에서 북동쪽으로 120km 정도 달리다가 큰길에서 마을로 꺾어져 들어서도 10여분 논밭을 지나야 고성문화마을을 만날 수 있다.마을로 들어가는 길 내내 대나무가 무성한 풍경이 장관을 이룬다.기대와 설렘으로 마주한 고성문화마을은 작은 운동장과 5개의 교실로 이루어진 단층 건물이 담장이나 대문의 구분 없이 마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었다.폐교임을 짐작케 하는 수풀과 잘 정돈된 조경이 적절히 섞여 있었고 곳곳에 자리한 예술작품은 마치 처음부터 제자리인 듯 놓여있었다.

이곳은 2005년 폐교된 죽왕초등학교 구성분교장으로 고성 출신 조각가 신종택 작가가 예술가들의 창작 스튜디오 겸 갤러리,체험공방,작은 도서관,공연장 등으로 조성해 2013년 사단법인 고성문화마을을 탄생시켰다. 전시뿐만 아니라 아트 힐링 캠프,영화 상영,각종 공연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어 지역 문화예술 향유와 발전에 힘쓰고 있었다. 특히 올해부터는 시각예술 분야 입주작가를 모집해 작업공간과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전시를 기획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입주기간은 작가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고 한다.올 여름에는 인근 봉수대 해변에서 ‘지킬박사와 봉수대해변’ 전시를 열어 작품을 접할 수 없었던 어린이나 동네 어르신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지킬 박사와 하이드 소설에서 착안한 전시명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부분이 많다.소설의 기본 뼈대만 놓고 각색하여 고성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면이 있고 상상 속 예술의 이중성과 변신담(Metamorphoses)을 작가들에게 묻고 있다.‘지킬박사와 봉수대해변’은 8월 봉수대해변에서 열렸던 전시명이기도 하고 고성문화마을의 레지던스 프로그램명이기도 하다.박병철(회화),배산빈(회화),이종철(입체),양서경(회화),유경재(입체),이영애(회화),황환일(설치) 작가들이 올 한 해 머무르며 작품을 만들고 전시를 열었다.예술이 변신의 과정을 거쳐 작품으로 나타나거나 작품에서 이야기 된 서사시로 이어지는 담론이었다.고성문화마을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작가들이 경험해 온 삶과 예술과 어울려 사는 상상의 이야기들이 작품의 내면과 외부에 녹아들어 끊임없이 사유할 수 있을 것이다.

고성문화마을은 늘 마을주민과 함께 나아가고 싶다. 초기에는 공연 위주로 문화활동을 벌였고 요즘은 전시를 주로 연다.평생 회화그림을 본 적 없는 동네 어르신들이기에 낯설고 생소했지만 이제는 붓과 연필 외에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에 감탄하며 전시 감상을 한다고 한다. 또 신종택 작가를 중심으로 지역주민들과 함께 동네에 많은 대나무를 활용해 가구 등의 제품을 만들고 체험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죽림산방’ 협동조합도 만들었다.

▲ 한혜진   춘천이 품고 있는 자연환경과 문화예술이 좋아 문화예술판에 들어오게 됐고 지역 예술가&지역 청년들과 함께 호흡하며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현재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문화·관광기획을 맡고 있다.
한혜진
춘천이 품고 있는 자연환경과 문화예술이 좋아 문화예술판에 들어오게 됐고 지역 예술가&지역 청년들과 함께 호흡하며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현재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문화·관광기획을 맡고 있다.
신종택 작가와 함께 처음부터 같이 꾸려나간 작가가 한 명 더 있다.바로 서양화가 김인철 작가다.경기 인근에서 서로의 작업실이 가까워 오가다가 신종택 작가와 함께 강원도 고성까지 오게 되었다.여러 조직에서 행정 실무를 맡고 있기도 하고 작품활동까지 해내느랴 몸이 모자라지만 고성문화마을이 지역에 스며들 수 있도록 누구보다 발로 뛰고 있다.

폐교의 고풍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학교’라는 공간이 주는 에너지에 힘이 있다.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이 벌어지고 작가들의 창작활동이 이뤄지는 고성문화마을의 기운에 여운이 오래갈 것 같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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