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실력’이라는 말로 이 땅의 수많은 잠룡들에게 좌절을 안겼던 정유라씨.그녀에게서 비롯된 이대 부정입학 및 학사 특혜사건이 마침내 종착역에 다다랐다.법원은 엊그제 이 사건의 핵심이자 비리의 주범인 최순실 씨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최경희 전 이대 총장과 김경숙 전 교수에겐 징역 2년을,남궁곤 전 교수에겐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원칙과 규칙을 어겼다고 했다.정의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저버렸다는 점도 명시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재판부가 ‘강자의 논리’를 질타한 부분이다.재판부는 “부모로서 자녀에게 원칙과 규칙 대신 강자의 논리부터 먼저 배우게 했다”고 지적했다.이는 최 씨가 ‘내가 누군데 감히 (말을 안들어)’ 또는 ‘내가 누군지 알아?’라는 말로 각종 비리와 편법에 관여했음을 유추케 한다.갑질과 돈질!이런 최 씨에게 빌붙어 공적,사적 이익을 챙긴 교수들의 행태 또한 정의와는 거리가 멀었다.재판부는 이를 부정과 편법,불신,일탈 등의 용어로 정리했다.한마디로 이들에 의해 우리사회의 정의,공정성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다음주 전국에서 59만3527명의 잠룡들이 수능시험을 치른다.초등학교부터 중고교까지 12년 동안 다진 실력을 발휘하는 날이다.수능이 끝나면 이들은 현룡의 시기를 거쳐 약룡과 비룡의 시대를 꿈꿀 것이다.그러나 이들이 승천할 개천은 메마르고 거칠다.극소수 용들의 ‘갑질’이 횡행한다.그래서인지 강준만 교수는 ‘갑질공화국의 비밀,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라는 저서에서 용의 탄생을 경계했다.용과 미꾸라지를 구분해 차별하는 현대판 신분서열제를 적폐로 본 것이다.그럼에도 59만3527명 모두 비룡의 꿈을 꾸기를.
강병로논설위원 brkang@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