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초 성장통 뒤로하고 시대 앞선 혜안으로 피어난 걸그룹
다국적 멤버 동아시아 시장 포석
선발 과정· 쯔위 대만국기 사건
국내 안팎으로 비난여론 ‘ 뭇매’

▲ 걸그룹 트와이스가 지난달 30일 정규1집 타이틀곡 ‘라이키(likey)’로 컴백을 앞두고 공개한 티저이미지.왼쪽부터 트와이스의 멤버 지효·사나·채영· 다현·모모·미나·나연·정연·쯔위.
▲ 걸그룹 트와이스가 지난달 30일 정규1집 타이틀곡 ‘라이키(likey)’로 컴백을 앞두고 공개한 티저이미지.왼쪽부터 트와이스의 멤버 지효·사나·채영· 다현·모모·미나·나연·정연·쯔위.
2015년 10월 20일에 탄생한 ‘트와이스’는 데뷔 당시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걸그룹이었다.음악 전문 케이블 채널인 ‘엠넷’의 경연 프로그램,‘식스틴’을 통해 JYP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인 박진영이 직접 심사에 참가하는 과정에서 온갖 잡음이 불거졌기 때문이었다.

16명의 JYP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지망생들 가운데 7명을 선발하는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박진영은 원칙도 없고 일관성도 없는 심사로 회사 안팎에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대표적인 예로 프로그램 방영 초기에 탈락했던 외국인 멤버가 갑작스럽게 최종 심사에 합격했으며 최종 선발 직전까지 살아 남았던 한국인 연습생들은 경연 초반에 탈락한 외국인 연습생과 같은 기회를 결코 얻지 못했다.더불어 그런 잡음 속에 최종 합격자는 당초 7명에서 두 명이 더 늘어난 9명으로 마감되었다.한국인 다섯 명과 일본인 세 명,대만인 한 명으로 구성된 다국적 걸그룹.다분히 일본과 중국의 음악 시장을 동시에 노린 포석이었다.

데뷔 초기부터 의도치 않은 노이즈 마케팅으로 10대와 20대들 사이의 주목을 성공적으로 끈 ‘트와이스’는 다시 멤버인 대만인 쯔위가 MBC의 인터넷 방송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대만 국기를 들고 나오는 바람에 중국의 거센 항의를 받게 된다.이에 한류의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을 잃지 않기 위해 박진영 JYP 대표는 곧바로 진화에 나서며 중국인들을 향해 직접 사과를 하기에 이른다.당시 박진영 대표의 저자세는 국내 안팎으로 다시 거센 후폭풍을 낳았다.

산통과 성장통을 심하게 겪어서일까? 지난 2년간 트와이스가 보인 행보는 눈부시다 못해 아찔하기까지 하다.2015년 당시 내놓은 데뷔 앨범 ‘더 스토리 비긴즈’(THE STORY BEGINS)에서 시작된 트와이스의 고공 행진은 2016년 4월 2집 앨범 ‘페이지 투’(PAGE TWO)가 18만장이 팔리면서 대박의 길로 들어선다.스트리밍이 대세인 까닭에 앨범은 좀처럼 팔리지 않는 국내 음반 시장에서 엄청난 판매량을 올린 것이다.그리고 2016년 10월에 내놓은 3집 앨범 ‘트와이스 코스터 레인 1(TWICE coster: LANE 1)’은 타이틀 곡인 TT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40만장 이상이 팔리는 초대박을 기록하게 된다.

실제로 3집 앨범의 타이틀 곡이었던 TT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가를 보여 주는 필자의 개인적인 일화 하나.당시,일본 도쿄의 국제 중학교에 재학 중이던 딸 아이의 학예회에 초대를 받아 갔었는데 딸 아이를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들이 일본인 학생들과 함께 학예회의 한 프로그램으로 트와이스의 TT를 춤추고 있는 것이었다.물론,딸 아이와 함께 다른 학우들은 이를 위해 이미 한 달 전부터 끊임없이 안무를 연습했지만.그렇게 한국과 중국,일본은 물론 전 세계 한류 팬들의 춤을 지배한 트와이스는 2017년 11월 현재까지 누적으로 130만장의 앨범을 팔아치운 수퍼 걸 그룹이 됐다.

하지만 멀리,또 크게 볼 것도 없이 트와이스의 저력은 필자의 지인 가족과 친척들만 둘러봐도 금새 알 수 있다.대학생은 물론 중고등학생들을 비롯해 초등학교 1,2학년들까지 트와이스의 노래를 부르며 TT 춤을 추는 광경은 적어도 필자 주변에선 결코 낯설지가 않다.

왜 트와이스일까? 딸 아이에게 물어보니 트와이스를 좋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노래가 신나고 춤도 따라 하기 쉽기 때문이란다.이전의 걸그룹들이 섹시미를 강조하며 성적인 매력을 지나치게 앞세운데 반해 트와이스의 춤은 귀엽고 부담이 없어 폭넓은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나름대로 분석력 있는 비평이라는 생각이다.실제로 딸 아이를 트와이스의 공연장에서 “심야에 데리고 돌아왔던 필자는 자녀들과 함께 공연장에 나타났던 부모들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부녀와 모자가 사이좋게 관람할 수 있게 아이돌 그룹.바로 트와이스가 2017년 말 현재 한국과 동아시아,그리고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이유다.

건네 들은 바로는 대한민국 최고의 아이돌 그룹 ‘빅뱅’마저 넘지 못한 유투브 3억뷰가 곧 트와이스에 의해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다.참,그러고 보니 올 연말엔 일본 NHK의 ‘홍백가합전’에도 출연할 예정이란다.참고로,NHK의 연말 가요 대제전인 ‘홍백가합전’은 일본의 가수와 가수 지망생들에게는 꿈의 무대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이다.평균 시청률 40%에 최고 시청률은 80%를 훌쩍 넘는 명실상부한 일본 최고의 가요 프로그램이다.때문에 트와이스의 콘서트 장에서 만났던 수많은 외국인들,특히 그 가운데에서 유독 눈에 많이 띄던 중국인들의 모습은 2년 전 엠넷의 ‘식스틴’에서 박진영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장면들이었다.마치 흉물이라던 에펠탑이 지금은 프랑스와 파리의 상징물이 되어버린 것처럼 박진영 역시,시대를 앞선 혜안으로 대한민국의 연예사를 다시 쓴 느낌이다.그런 면에서 볼 때,적어도 CEO로서의 박진영의 능력은 놀랍다못해 경외스러울 정도다.연예계를 둘러싸고 온갖 비난이 난무하는 곳이 한국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심훈 교수는 1968년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세계일보 기자를 역임했다.미국 아이오와 주립대 매스커뮤니케이션 석사,미국 텍사스 주립대 저널리즘 박사학위를 받고 지난 2002년부터 한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