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모두 세월 따라/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눈덮힌 조그만 교회당/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가슴깊이 그리워지면/눈내린 광화문 네거리 이곳에/이렇게 다시 찾아와요” 이영훈 작사·작곡,이문세가 노래한 ‘광화문 연가’의 첫 구절이다.이 노랫말처럼 요즘이 오월의 꽃향기처럼 그 사람이 그리워지면,눈내린 광화문 거리를 다시 찾고 싶은 시기다.

하지만 광화문에는 ‘연가(戀歌)’만 있는 게 아니다.광화문 앞 광장은 그야말로 격변의 역사적 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아시아 최초로 자주독립국임을 천명했던 3·1운동의 함성이 이곳에서 울려퍼졌다.1960년 이승만 독재에 항거하며 자유민주주의 혁명의 시작을 알린 4·19민주혁명의 역사적 현장이기도 했다.1987년 세종문화회관 앞 도로(지금의 광화문 광장) 역시 6월 민주항쟁의 중심지였다.반면 5·16 군사쿠데타의 현장이자,12·12를 통해 권력을 잡은 전두환 정권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광화문 광장은 2009년 8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시민에게 개방됐다.600여 년 역사의 현장인 서울 중심거리 세종로가 차량중심에서 인간중심의 공간으로 전환한 것이다.덕분에 옛 6조거가 복원되고,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역사와 문화의 공간도 만들어졌다.그리고 광화문 광장은 시민참여,직접 민주주의 실현공간으로 진화하게 된다.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촛불혁명을 통해 광화문 광장은 대한민국 국민의 민주역량을 세계인에게 각인시키는 현장이 됐다.또 다시 광화문 광장이 역사적 현장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세종대왕과 이순신장군 동상 사이에 위치한 중앙광장은 시민이 참여하는 도시문화 공간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곳이다.이곳에서 평화올림픽 실현을 위한 행사가 개최된다.오는 23일과 24일 ‘철책에서 평화를 보다-평화 내 마음에 저장전(展)’이 펼쳐진다.강원도민일보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분단과 대립의 상징물인 실제 DMZ 철책과 해안 철조망이 설치돼 많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질 예정이다.시민들은 철책에 평화를 소망하는 종이비둘기를 다는 이벤트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광화문 광장이 평화올림픽을 위한 ‘평화광장’이 되는 것이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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