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자를 쫓던 북한군 추격조가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도 사실로 확인됐다.
유엔사가 공개한 영상의 주요 장면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하면 아래와 같다.
▲ 13일 오후 3시 11분 = 귀순자가 탄 지프 차량이 북한 구역 도로를 남쪽으로 달렸다. 왕복 2차선 폭의 좁은 도로로, 가로수가 서 있고 주변은 논밭이었다. 북한군 감시망을 의식한 듯 천천히 달리는 듯하던 지프는 점점 속력을 냈다. 지프는 판문점 서쪽 '72시간 다리'와 김일성의 친필 서명이 새겨진 '친필비'를 지나더니 큰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배수로에 바퀴가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72시간 다리는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이후 '돌아오지 않는 다리'가 폐쇄되자 북한이 72시간 만에 건설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 3시 14분 = 지프가 남쪽으로 질주하는 것을 파악한 북한군은 곧바로 대응에 들어갔다. 북측 판문각 계단에 있던 군인 2명과 인근 소초에 있던 군인 2명이 왼쪽으로 급히 뛰어갔다. 소초에서 나온 북한군은 AK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 3시 15분 = 배수로에 빠진 지프는 몇 차례 빠져나오려고 했으나 실패했고 귀순자는 차에서 내려 달리기 시작했다. 지프가 멈춘 곳은 군사분계선(MDL)과 겨우 10m 떨어진 곳이었다. 귀순자가 MDL에 도달한 것과 거의 동시에 추격조 4명이 들이닥쳤다. 이들 가운데 AK 소총을 든 북한군은 그 자리에서 넘어지다시피 하며 엎드려 쏴 자세를 잡더니 조준사격을 시작했고 권총을 든 2명은 서서 사격했다. AK 소총을 든 다른 1명은 조금 늦게 도착해 앉아 쏴 자세로 총을 쐈다. 귀순자가 총을 맞으면서도 끝내 MDL을 넘자 엎드려 쏴 자세로 총을 쏘던 북한군은 일어서더니 귀순자를 쫓아 총을 든 채 MDL을 넘었다. MDL 남쪽으로 수m나 내려온 그는 당황한 듯 돌아서더니 MDL 북쪽으로 뛰어갔다.
▲ 3시 43분 = 그동안 귀순자는 JSA 남쪽 구역 벽 밑에 쓰러져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낙엽이 쌓여 있었다.
▲ 3시 55분 = 우리 군 간부 3명이 귀순자를 안전한 곳으로 끌어내 후송하는 장면은 TOD에 잡혔다. 흑백인 TOD 화면에서 쓰러진 귀순자와 그에게 포복으로 접근하는 우리 군 JSA 경비대대장과 부사관 2명이 흰색으로 나타났다. 대대장은 포복하다가 멈춰 엄호했고 부사관 2명은 귀순자가 쓰러진 곳까지 기어가 그를 끌어냈다. 귀순자를 끌어내는 것도 포복으로 했다. 채드 캐럴 유엔사 공보실장은 "미군 대대장은 이 상황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귀순자는 오후 4시 23분 유엔사 헬기로 후송돼 4시 45분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