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년의 시간을 간직한 숲, 바다 그리고 줄루족의 미소
푸른바다가 반기는 대륙 최남단
아프리카의 유럽 ‘케이프타운’
테이블마운틴 트레킹 코스 유명
남아공의 등뼈 ‘드라켄즈버그’
최초의 인류가 살았던 곳
원주민·야생 숲 그대로 간직

찬바람이 몸과 마음을 움츠리게 하던 어느 날,지구 건너편 여름으로 떠나왔다.스무 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도착한 아프리카의 끝,남아프리카 공화국.

원시부족과 사막,야생동물이 연상되는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풍경이 아니라 푸른 바다가 먼저 반기는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에 자리한 케이프타운이다.

후와.1000미터 높이에서 쏟아지는 구름폭포라니.인도양과 대서양이 거칠게 부딪히는 바다를 코앞에 두고,구름은 어쩜 그리 우아하고 풍요롭게 절벽 아래로 흘러넘치는지.마치 커다란 요술램프에서 끝없이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듯하여 앞에 서있는 테이블마운틴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 케이프타운에 위치한 테이블마운틴
▲ 케이프타운에 위치한 테이블마운틴
케이프타운의 상징,테이블마운틴은 정상부분이 마치 테이블처럼 평평하다고 해서 서구인들이 그 이름을 붙였지만,원래 이름은 ‘회리카고’라고 한다.원주민어로 ‘달콤한 물의 땅’이란 뜻이다.유럽인들이 정착하고,농사를 짓고 사는데 필요한 물들이 있다 보니 케이프타운이 남아공 식민지배의 중심지가 되기에 조건이 좋았다.

4억년 이상의 시간이 빗어낸 테이블마운틴 (1086m)은 그 시간만큼이나 수많은 야생 식물 종을 품고 있는 국립공원이기도 하다.동서 3㎞,남북 10㎞로 도시를 감싸 안은 모습인데,바다를 보며 걸어 오르는 수 십 개의 트레킹 코스도 있고,케이블카로 가뿐히 오르는 방법도 있다.

워터프론트 항구에서는 카페에 앉아 테이블마운틴을 감상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그들은 ‘걸어야 맛인가’라고 반문 할런지도 모르겠다.항구에는 또 남아공 민주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넬슨 만델라를 포함하여 인종차별법의 철폐와 흑인 인권을 위해 노력한 4명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의 동상이 있다.고 만델라가 첫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남아공에서는 현재까지 흑인 정부가 정권을 잡고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떠올랐다.가끔 나를 뒤돌아보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힘에 부칠 때 떠오르는 말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의 유럽,케이프타운을 떠나 최초의 인류가 살았던 야생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다.

‘사람은 사람들과 함께 하기에 사람일 수 있다’남아프리카 공화국 줄루족의 속담은 300만 년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리들풋과 미시스 플레스로 알려진 최초의 인류가 살았던 땅에서 나올법한 속담이 아닌가.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등뼈인 드라켄즈버그 산맥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등뼈인 드라켄즈버그 산맥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등뼈,드라켄즈버그 산맥.용의 산맥이라고 부르는 이 거친 야생의 숲은 길이 잘 나있지도 않고,그 흔한 표지판도 없다.키 큰 풀섶을 따끔따끔 지나야한다.

계곡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려가는 소리가 천지간에 가득하다.이런 진동을 언제 느꼈던가.이 얼마만인가.온천지를 흔들어대는계곡물소리와 벌레우는 소리들로 긴 밤이 채워지고 있었다.번쩍!저 멀리 산 아래 마을에서는 천둥번개가 마치 불꽃놀이 하듯 몇 시간을 퍼부어댔다.줄루족의 집들은 지붕이 원뿔 형태인데,저런 천둥번개,퍼붓는 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

지금 이 힘겨운 발걸음 10분이 어느 날 죽음을 앞두고 그토록 걷고 싶은 10분이라면…? 그렇게 생각하니 고맙지 않은 힘겨움이란 없구나.고되다는 것이 축복처럼 느껴지는 그런 하루였다.저녁8시 밖에 안됐지만 어둠이 가득 밀려온다.이곳은 산이다.

▲ 줄루족 여인들.
▲ 줄루족 여인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이상은
히말라야 니레카봉 세계최초 등정.터키 최고봉 아라라트 한국최초 등정.여행문화센터 산책 대표.한국여성산악회 이사.KBS 2TV ‘영상앨범 산’출연.KBS1라디오 <이상은의 남다른 여행> 진행 중.저서로 ‘대한민국 트레킹 바이블’,‘세상의 끝,남미 파타고니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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