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근   성신여대 교수
▲ 이성근
성신여대 교수
2005년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그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에서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연구결과를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특이점 개념을 도입했다.인간(생물)이 만들어 낸 기술(비생물)이 결국 인간의 이해력을 넘어서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것이다.물리학의 개념이기도 한 이 특이점은 이제 미래사회의 새로운 변곡점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2016년 케일럼 체이스(Calum Chace)는 이러한 개념을 경제영역에 대입하여 ‘경제의 특이점이 온다(The economic singularity:Artificial intelligence and the death of capitalism)’라는 저서를 출간했다.그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기술의 특이점이 오기 전에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가 붕괴되고 기존 경제 법칙으로 예측할 수 없는 세계가 도래할 것’이다.

과거 산업혁명이 많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고 전 세계는 가속화된 자동화의 상황에서도 일자리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이었다.영국의 기계화로 상징되는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기계를 불태웠던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은 그 논리를 잃어왔다.기계들이 단순노동을 대신하면서 단순노동의 기회가 사라지지만,반면 보다 전문화된 영역의 일자리가 생겨나고,이 전문화된 영역의 일자리가 늘어나 결국 일자리에 대한 위협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그러나 케일럼 체이스에 의하면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물론 그는 이에 대한 준비와 계획이 필요하며,그 계획대로라면 인간의 역할도 분명 존재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인공지능은 일자리의 수준을 가리지 않고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예측한다.단순노동을 대신하던 과거의 산업혁명 수준에서 벗어나 높은 수준의 판단을 요하는 전문직종에서조차 인공지능이 대신할 것이다.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인간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는 교육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결국 경제만이 아니라 교육에서도 특이점이 더 빨리 올 수 있다.기존의 경제시스템이 무너지고,그 경제시스템을 뒷받침해 온 교육시스템은 더 빨리 존립의 근거를 잃어갈 수 있다.특히 경제시스템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지식과 기술중심의 고등교육 시스템은 더욱 타격을 받을 것이다.대학교육은 어떤 역할을 해 나가야 할 것인가?

케일럼 체이스의 주장에서 일부의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다.기술과 경제의 특이점들은 새로운 기회도 제공하지만 새로운 문제도 양산한다.대학이 해야 할 역할은 표면적으로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예측하여,그 시스템 하에서 노동력과 부의 분배방식의 근거를 만들고 이를 제도화하는 이론적 근거를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특이점의 시기와 같이 과거의 패러다임이 통하지 않는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이라면 르네상스기 대학이 유럽에서 해왔던 것처럼 새로운 시기에 있어서 ‘새로운 시스템 하에서는 왜 그래야 하는가’에 대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기준을 만들고,그것을 변화하는 사회의 상식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대학의 역할일 수도 있다.인공지능이 그리고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여 대량의 생산활동을 담당하고,노동 없이도 그 생산된 부를 분배하여 사용할 수 있는 유토피아가 도래한다면(케일럼 체이스가 주장하는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프로토피아 이든 관계없이),대학의 기능이 다시 공자나 소크라테스,혹은 종교와 같은 철학적 기반을 만들고 전달하는 것이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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