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전 8시를 조금 지난 시간 경기도 고양시 일산대교에서 14중 추돌사고가 일어났다.고양에서 일산 방면으로 가는 다리 위에서 앞서가던 승용차가 급정차하면서 연쇄 추돌이 발생한 것이다.이 사고로 운전자 13명이 다치고 출근길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으나 다행히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했던 이 사고의 원인은 도로위의 암살자로 불리는 ‘블랙아이스(Black Ice)’였다.

사고가 난 때는 소설(小雪)을 하루 앞둔 시점으로 날씨가 추워지면서 살얼음이 낀데다 안개가 심해 시야마저 좋지 않았다고 한다.절기상 입동(立冬)과 대설(大雪) 사이에 속해 있는 시기다.겨울이 시작돼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때가 잦아지고 점차 겨울이 왔음을 실감하는 무렵이다.그러나 한편으로는 본격 겨울에 앞서 추위의 사이사이 아직은 포근한 날이 섞인다.겨울 속 봄 같은 날이 있다 해서 소춘(小春)이라 한다.

과도기적 성격이 있는 이 무렵에 운전자들을 노리는 것이 바로 블랙아이스라는 것이다.겨울철 눈이나 비로 인해 젖은 도로가 기온이 내려가면서 살짝 얼어붙는 현상을 말한다.그러나 이 블랙아이는 실제로는 빙판이나 다름없지만 운전자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아 자칫 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다.시간대로는 기온이 떨어지는 새벽시간과 표면온도가 낮은 교량이나 터널 직후,그늘진 도로나 커브길이 위험 구간이다.

운전자들이 대체로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위험에 직면,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진다.경찰청이 지난 5년 간 7236건의 겨울철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눈길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186명이었던데 비해 블랙아이스 사고 사망자는 706명으로 4배가량 많았다는 것이다.특히 강원도의 경우 추위가 심하고 산간지대가 많은 도로의 특성 때문에 교량과 터널 구간이 많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렇다고 도로구조를 바꿀 수도 날씨를 임의로 조절할 수도 없는 일이다.대처법은 간단하다.운전 실력을 과신하지 말고 조심하는 것이다.눈비가 내리고 추운 날 감속하고,급출발 급가속 급제동 급회전은 금물,타이어 마모상태 점검과 적정공기압 유지,핸들은 미끄러지는 쪽으로,운전은 침착하고 여유 있는 마음가짐으로 하라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다.독자여러분도 안전운전으로 무사히 겨울을 나시길 바란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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