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사회 극복 특별기고

▲ 김웅철   전 매일경제 도쿄특파원
▲ 김웅철
전 매일경제 도쿄특파원
일본에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약 3600만 명이나 살고 있다.이는 캐나다 전체 인구와 맞먹는 숫자다.일본은 2006년 초고령사회(고령화율 20% 이상)로 진입했고 현재 고령화율(전체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7.7%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올해는 90세 이상 인구가 200만 명을 돌파해 노인대국임을 재확인했다.노인대국 일본에 비하면 한국은 아직 젊다.하지만 한국도 올해 고령화율 14%를 찍으며 고령사회에 합류했고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날이 8년(2025년) 밖에 남지 않았다.가만히 있다가는 고령화의 철퇴를 맞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이런 면에서 보다 압축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지난 94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96년부터 ‘고령사회백서’를 출간해 오면서 저출산과 별개로 고령화만을 위한 대응에 나섰다.고령자 의료비 감면 등 여러 정책과 함께 2000년 ‘개호(介護) 보험’을 실시해 고령자 간병 책임을 국가가 떠안는 ‘간병의 사회화’를 실현했다.한국이 2008년 도입한 장기요양보험의 모태가 일본 개호보험이다.하지만 일본도 빠른 고령화로 인한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독사가 만연하고 간병 때문에 직장을 떠나는 이들이 연간 1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요즘 일본에서 고령화 해법의 키워드로 ‘지역 커뮤니티’가 급부상하고 있다.고령화 문제를 지역 단위,마을 공동체 차원에서 해결해 나가자는 움직임이 그것이다.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면 이렇다.도쿄 인근의 한 초등학교 6학년들은 등굣길에 몸이 불편한 독거노인의 집을 방문해 쓰레기 수거해주고 단지의 노인들은 방과 후 아이들을 돌봐주는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단지 내 빈 아파트를 인근 대학의 학생들에게 저렴하게 임대해주면서 단지의 활력을 되찾으려는 곳도 있다.가고시마의 한 시골 마을에서는 빈집을 영빈관으로 단장해 예술가들을 초빙해 마을 아이들과 교류하게 함으로써 젊은 세대의 이주를 독려하고 있다.

마을의 ‘구매 난민’(거동이 불편해 생필품 구매가 힘든 노인)을 구하기 위해 시민들이 돈을 모아 ‘커뮤니티 버스’를 운행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매일 아침 전화로 노인들의 찬거리나 생필품을 주문받아 배달해주면서 고령자의 안부를 묻는 동네마트도 있다.또 편의점,지역 통신사와 손잡고 배회하는 치매 노인들의 위치를 실시간 파악해 가족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를 하거나 휴일은 물론 심야에 노인들의 건강 상담과 약 처방이 가능한 마을 약국이 생겨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중앙 주도의 고령화 대책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대응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대표적인 것이 2012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이다.인구 2만 명,30분 이내 비상출동이 가능한 지역단위에 ‘지역포괄지원센터’라는 거점을 두고 24시간 상시 간병체제를 운영하겠다는 야심찬 도전이다.현재 전국에 약 4500개의 센터가 설치됐으며 해당 지자체가 지역 의료계(주치의 상주),시민단체(방문 간병인 파견)와 손잡고 추진하고 있다.물론,일본의 고령화 대응이 모범답안일 수는 없다.답은 그 사회 구성원이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 있을 것이다.그런 면에서 일본의 사례를 참고서로 삼아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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