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별명은 ‘이니’다.별명은 해당자의 선호도에 따라 애칭(愛稱)이 되기도 한다.며칠 전 남편이 아펐다.집에 돌아온 딸이 아빠를 보더니 “에구 우리 쭝이(남편 이름 끝자가 ‘중’이다) 아퍼쪄요?힘드러쪄요?”하면서 이마를 짚어본다.딸의 혀 짧은 소리에 남편은 피시시 웃는다.막장 집안 같아 보이지만 딸이 아빠를 ‘쭝’이라 부르는 일상은 ‘이니’보다 훨씬 오래된 역사고 그 역사는 둘만의 문화와 색깔로 친밀도가 거의 완성 단계다.딸에게서 ‘쭝’

이라 불릴 때 남편이 짓는 특유의 미소는 딸과 이렇게 친하다는 자부심의 미소 그리고 관심 갖는 딸이 대견한 미소인 것을 익히 안다.그 때마다 나는 ‘천치 바보들은 복있나니 저희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니라’는 노자의 말을 떠올린다.

딸에게 무장해제인 아빠들을 딸바보라 일컫는 것 참 절묘하다는 생각이 든다.맹목적 애정으로 딸을 바라보는 내 남편의 시선 또한 영락없이 바보의 모습인 까닭이다.책 ‘바보 zone’ 저자 차동엽 신부는 바보 존은 행복과 평화가 매장되어있는 존재인데 그 이유는 바보 특유의 우둔함이 어떤 포격에도 버틸 수 있는 방어벽을 형성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딸바보인 아빠들의 감성이 범상치 않다는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즉 딸바보 관계를 경험하면서 얻어지는 생각이나 에너지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빠들 스스로가 그 영향력을 자신의 일에 반영한다는 것이다.일례로 딸바보 효과는 딸 있는 남성 CEO에게서 여성성이 많아져 여성채용비율이 증가하고 친 여성적 성향을 띠고 딸바보 판사의 경우 친여성 판결 경향도 높이더라는 것이다.파워풀한 정도가 너무 대단한 딸바보 효과는 단순히 흐뭇한 단계를 뛰어넘어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존재감만으로도 엔돌핀을 주는데 특별한 설렘까지 제공하니 아빠에게 딸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어떤 관계에서도 조금은 서투를 수 있는 아빠들이 딸들 덕분에 타인을 돌아보는 관계의 소중함도 깨달아 변화한다니 이래저래 아빠에게 딸은 단순한 부녀관계 이상이다.낄 틈없이 견고한 아빠와 딸의 달달함,오늘도 나는 그 둘을 응원한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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