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질문이 쏟아졌으나 대답은 간단하지 않았다.살얼음판 같은 새해 벽두였다.그러나 시대 흐름은 그 누구도 왜곡할 수 없다고 한다.결국은 흘러갈 데로 흘러가는 것이다.도도한 민심의 요구와 시대의 기운은 새로운 길을 만들고 역사의 전환을 가져왔다.오래 누적된 권위시대의 적폐가 터져 나오고 나라전체가 큰 소용돌이를 경험했다.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1월20일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해 또 다른 돌풍을 일으킨다.이단아로 불리는 그의 등장은 모든 판단의 기준을 바꿔놓기 시작한다.
나라안팎이 격랑으로 빠져든다.3월에 접어들면서 새 국면을 맞는다.박근혜 대통령이 탄핵(10일)에 이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31일)된다.12월20일로 예정된 대선이 5월9일로 앞당겨 실시됐다.문재인 후보가 19대 대통령에 당선되고 리더십 공백을 메워가게 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법·제도의 절차에 따라 혼란이 수습되고 사태 해결의 가닥을 잡은 것은 그만큼 사회 성숙도를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지난 1년 내내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면서 한반도 정세는 얼어붙었다.
설상가상이라 했던가.주한 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한중관계마저 악화일로였다.미국을 축으로 한 안보,중국 의존도가 커진 경제 사이에 샌드위치 신세가 된 자화상을 확인해야 했다.그래도 한 해가 다 가기 전 갈등을 봉합하고 관계 회복의 실마리를 찾은 것은 잘 된 일이다.거센 태풍의 한 가운데를 관통해 온 1년이다.여전히 불안정성의 그늘이 크지만 그래도 이만큼 안정화를 이룬 것은 자부할 만하다.큰 혼란 뒤에 큰 안정이 온다고 했던가.큰 시련의 끝에서 새 희망을 준비하는 12월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