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해의 끝자락에 선다.2017년 정유년(丁酉年)도 한 달을 남겨 놓았다.이 시점에 서면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다사다난(多事多難)이 아닌 때가 없다지만 올해만큼 격동의 시절이 또 있었을까.기대와 희망보다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정국에 대한 불안과 우려를 안고 출발한 게 지난 1월이다.박근혜 정권의 국정 농단에 항의하는 국민적 저항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변화에 대한 열망은 컸지만 나라의 앞날은 쉽게 예단되지 않았다.성난 민심의 파도가 어디에 이를 것인가.정치권이 어떤 방식으로 수용할 것인가.

무수한 질문이 쏟아졌으나 대답은 간단하지 않았다.살얼음판 같은 새해 벽두였다.그러나 시대 흐름은 그 누구도 왜곡할 수 없다고 한다.결국은 흘러갈 데로 흘러가는 것이다.도도한 민심의 요구와 시대의 기운은 새로운 길을 만들고 역사의 전환을 가져왔다.오래 누적된 권위시대의 적폐가 터져 나오고 나라전체가 큰 소용돌이를 경험했다.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1월20일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해 또 다른 돌풍을 일으킨다.이단아로 불리는 그의 등장은 모든 판단의 기준을 바꿔놓기 시작한다.

나라안팎이 격랑으로 빠져든다.3월에 접어들면서 새 국면을 맞는다.박근혜 대통령이 탄핵(10일)에 이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31일)된다.12월20일로 예정된 대선이 5월9일로 앞당겨 실시됐다.문재인 후보가 19대 대통령에 당선되고 리더십 공백을 메워가게 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법·제도의 절차에 따라 혼란이 수습되고 사태 해결의 가닥을 잡은 것은 그만큼 사회 성숙도를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지난 1년 내내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면서 한반도 정세는 얼어붙었다.

설상가상이라 했던가.주한 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한중관계마저 악화일로였다.미국을 축으로 한 안보,중국 의존도가 커진 경제 사이에 샌드위치 신세가 된 자화상을 확인해야 했다.그래도 한 해가 다 가기 전 갈등을 봉합하고 관계 회복의 실마리를 찾은 것은 잘 된 일이다.거센 태풍의 한 가운데를 관통해 온 1년이다.여전히 불안정성의 그늘이 크지만 그래도 이만큼 안정화를 이룬 것은 자부할 만하다.큰 혼란 뒤에 큰 안정이 온다고 했던가.큰 시련의 끝에서 새 희망을 준비하는 12월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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