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태룡   강원FC 대표이사
▲ 조태룡
강원FC 대표이사
한 소년이 있다.16살인 그의 꿈은 축구선수다.5살 때부터 축구를 시작해 지금도 일주일에 세 번씩 축구 연습을 하고 있다.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꿈이지만 그가 겪은 일들을 안다면 결코 평범하지 않다.그의 이름은 오다이,시리아 난민이다.11살까지 시리아에서 있다가 내전으로 인해 레바논으로 도망쳤다.삶은 어려웠고 오다이는 학업을 중단한 채 매일 13~14시간,정육점에서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이러한 상황에서도 꿈을 키워가고 있다.“아무리 지치거나 힘들어도 공과 축구장을 보는 순간,저는 해방감을 느끼고 행복해져요.”

지구 반대편,주어진 환경도 다르지만 도민들도 축구를 통해 해방감을 느끼고 행복하길 바라며 한 해 동안 달려왔다.강원FC의 변하지 않을 근본적인 목표가 축구를 통해 도민들에게 행복을 선물하는 것이다.언론을 통해 강원FC의 목표는 ACL 또는 상위스플릿 진출로 많이 알려져 있다.수치적인 목표는 시즌 끝나면 성공과 실패가 확연히 구분된다.목표를 이루면 새로운 과제가 생긴다.뭔가를 이루는 순간은 행복하지만 과정은 즐거움보다 고통에 가깝다.

오다이는 고난 속에서 축구라는 명확한 즐거움이 있었다.선수가 되겠다는 먼 미래의 목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축구를 통해 하루하루의 행복을 느끼고 있다.축구선수라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자체가 그에겐 크나큰 행복인 것이다.오다이가 축구선수라는 목표에 매몰됐다면 미래의 행복을 담보로 한 불행 속에서 인내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도민들도 단순히 승패,상위스플릿 진출 등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의 행복을 느끼길 바란다.성적이라는 목표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축구가 주는 본연의 행복을 외면한다면 너무나 불행한 일이다.경기장에서 선수 이름을 외치고 응원가를 목청껏 부르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 단 12개 K리그 클래식 팀의 연고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다.

이러한 즐거움을 일깨워 역사를 바꾼 사례도 있다.세계적인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는 지난해 코파 아메리카 준우승에 머물렀고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아르헨티나 대통령,마라도나를 비롯해 국민들은 다음을 기약하며 그의 은퇴를 만류했다.모든 이가 결과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했다.그 시기에 메시의 앞으로 하나의 편지가 도착했다.아르헨티나 엔트레리오스주의 교사인 요안나 푹스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기지 못하면 포기해도 좋다는 선례를 남기진 말아 달라.아이들이 이기는 것만이 우선이고 유일한 가치라는 것을 배워서는 안 된다.졌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한다면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인생의 가치를 잃을 수도 있다.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성장호르몬 결핍증을 이겨냈고 한 번의 프리킥을 넣기 위해 수없이 연습했다는 것을 잘 안다.아이들은 메시의 플레이가 아니라 그런 과정과 노력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한마디를 덧붙였다.“결과와 관계없이 사랑하는 일을 하며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위대한 우승이라는 사실을 보여 달라.”

필자는 도민들을 만나면 “강원FC 경기 보러 오세요”라는 말을 항상 건넨다.어김없이 “어차피 지는 경기 왜 보러 가요?”라는 말이 돌아온다.그러면 “승패보다는 과정을 즐겨주세요”라고 미소로 답한다.축구의 결과는 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경기를 잘하고도 질 수 있고 못하고도 이길 수 있다.하지만 과정은 속일 수가 없다.선수들이 흘린 정직한 땀방울,그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2018시즌 정직하게 만들어갈 강원FC의 과정에 도민들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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