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시혜적·선택적 복지 넘어 보편적 복지 고민해야

내년 예산이 뒤틀리고 꼬이면서 누더기로 봉합됐다.지방선거를 앞둔 여야의 셈법이 작동한 결과다.선거 유불리를 의식한 여야 정치권이 수급자의 처지는 고려하지 않은 채 정파적 이익만 앞세우면서 꼴이 우습게 됐다.겉으로는 국민의 여망에 부합했다고 하지만 속내는 딴판이다.이런 상황을 국민들이 모르지 않는다.국민들의 의식수준이 어디까지 왔는지 정치권만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복지에 대한 우리사회의 가치와 기준은 시혜적,선택적 복지를 넘어 보편적 복지에 닿아 있다.빈부에 따른 차등 복지가 아니라 평등 복지를 지향한다.정치권이 이를 무시하고 정파적 이익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 정치권은 65세 이상 고령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현행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인상하는데 합의하고도 지급 시기는 4월에서 9월로 미뤘다.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의식한 결과다.야당은 “선거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고,여당은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다.현실을 무시한 발상이자 앞뒤가 맞지 않는다.은퇴후 삶이 막막한 노인들에게 월 5만 원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연탄 한장을 아끼기 위해 냉방에서 겨울을 보내야 하는 노인들에게는 소중한 돈이다.선거를 의식해 지급 시기를 미루는 것 자체가 이들의 자존심을 깎고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아동수당도 마찬가지다.여야 정치권은 내년 9월부터 2인가구 기준 소득하위 90% 가정의 0∼5세 아동에게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키로 합의했다.그러나 소득 상위 10%에 속하는 아동 25만3000명은 제외된다.지급시기도 7월에서 9월로 연기됐다.야당은 부모의 소득과 관계없이 0∼5세 아동에게 모두 수당을 주는 것은 예산 낭비라고 지적했다.지급시기도 늦췄다.그러나 이는 보편적 아동권을 무시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태어날 때부터 아이들을 편가르기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사회는 지난 10여년 동안 복지와 평등,형평 등의 문제로 적지않은 갈등을 겪었다.그 과정을 통해 초중고 무상급식과 누리과정 국가 부담 같은 크고 작은 보편적 복지정책을 구체화 했다.기초노령연금과 아동수당도 다르지 않다.아동수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저출산 문제와 연결된다.1년에 100여 만원을 주는 것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물꼬는 틀 수 있다.이런 정책을 선거와 연계시키는 정치권의 태도가 옳은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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