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은섭   가톨릭관동대 교수
▲ 심은섭
가톨릭관동대 교수
모든 지역과 지방은 그 고을마다 각각 특별한 의미를 담은 지명이 전승되고 있다.이 중에는 천체운행 및 계절과 관련된 지명이 있다.가령 호남지방의 ‘순천(順天)’의 유래는 ‘하늘의 이치를 따른다’는 의미이고,전남 장수의 천천(天川)은 ‘산지에서 발원하는 물줄기가 하늘을 찌르는 듯한 형국’이라 점에 현재의 지명으로 전승되어 오고 있다.또 서울 관악구 봉천동(奉天洞)은 ‘하늘을 받든다’는 뜻에서 유래되었고 백두산의 천지(天池)는 ‘높은 곳에 위치한 연못’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해,또는 달과 관련된 지명은 동해지역에서 많이 나타난다.경상북도의 ‘영일(迎日)’은 ‘아침 해를 맞이하는 장소로서 유명한 지명으로 존속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봄·여름·가을·겨울과 관련된 지명으로는 강원도 춘천(春川)이 있다.이곳은 염원적 의미가 함축된 봄의 고향으로 한양의 동쪽이 있으므로 해가 돋는 동방의 의미까지 포함하며 고려 태조 때의 춘주(春州)에서 유래되었다.강원도 동해안에 위치하고 있는 ‘동해시’도 북평과 묵호를 통합하여 1980년에 새로운 명칭으로 탄생하게 된 도시이다.머리나 꼬리와 관련된 지명으로 경북 의성군의 봉양면 구미동(龜尾洞)이나 구미시(龜尾市)가 ‘거북꼬리’의 형상을 닮았다는 데에서 유래된 지명이다.

이러하듯 일반적으로 그 지역의 유래,또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지명은 그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에 의해 입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지명은 어떤 것보다 생명이 끈질긴 언어로써 역사적 가치와 설화적 가치,그리고 언어적 가치가 융·복합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므로 언어전승의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또 역사성과 설화성,관습적인 언어사용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그 까닭에 언어는 생성과 성장,그리고 소멸의 단계를 거치며 반복된다.이런 현상들을 언어의 속성으로 언어의 역사성,언어의 가변성이라고도 한다.따라서 언어는 생명성을 지니면서 시간적·공간적 경계선상에서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강릉시 포남동에 용지각이 있다.용지는 강릉 최씨 시조인 ‘최문한’과 관련된 유적이다.이 용지각의 의미를 담아 ‘포남동 역세권 상가번영회’는 ‘강릉호텔에서 올림피아호텔’까지 남북으로 관통하는 거리를 ‘용마거리’로 명명하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이 번영회는 단순히 ‘용마거리’라는 이름을 짓는 일이 끝이 아니다.다른 지역보다 상권이 활성화되지 못한 곳으로,결국 그 지역 주민과 상인들이 상권을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머리를 짜낸 아이템이다.그러나 그 거리의 명칭 하나를 변경하거나 새로 명명하려는 일은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그것은 관할 행정관청의 지원이 절대 필요하기 때문이다.

‘포남동 역세권 상가번영회’가 요구하는 것은 ‘강릉호텔에서 올림피아호텔’까지의 행정구역 명칭을 변경해달라는 것이 아니다.행정상의 명칭은 그대로 가고,별칭내지 특별한 지역을 의미하는 ‘용마거리’로 명명해 달라는 것이다.또 그들이 요구하는 ‘용마거리’라는 명칭에 대해서도 용지각과 관련된 명칭으로써 충분한 역사성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거리의 명칭이든 도시의 이름이든,정자각이든 역사적 가치와 설화적 가치,그리고 언어적 가치가 서로 융·복합될 때 가장 미적가치의 지명이 된다.이런 명제를 전제로 하면서 지역주민이나 상인들의 의견 또한 충분히 수렴되어야 한다.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지금은 지방화 시대로 모든 행정은 주민 중심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천심이 민심’이라고 했듯이 지역주민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정책을 펼친다는 것은 곧 지방화 시대를 스스로 포기하는 처사이다.

이 ‘용마거리’가 ‘포남동 역세권 상가번영회’가 주장하는 것처럼 상업권이 조성되어 포남 주민과 상업에 종사하는 상인들이 늘 웃는 모습이었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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