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대설(大雪)이다.전국 곳곳에 눈이 내리면서 겨울의 정취를 더 한다.지난달 7일 겨울로 접어든다는 입동(立冬),22일이 소설(小雪)이었다.보름 간격으로 절기의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다.그러는 사이 겨울이 깊어간다.다시 보름 뒤인 22일이면 동지(冬至)다.일 년 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길고,반대로 낮의 길이가 짧은 날이다.밤과 낮의 공수(攻守)가 바뀌는 날이 되는 셈이다.

12월은 그저 일 년 열두 달 가운데 한 달이 아니다.한 해를 마감하고 다가올 한 해를 준비하는 달이다.지난 것을 정리하고 아직 오지 않은 날을 전망한다.썰물이 빠지고 밀물이 다가오는 때다.출구가 보이지 않으나 계절의 시계는 다시 하지(夏至)의 극점을 향한다.시간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지만 이런 자연의 질서에는 어떤 인위도 개입하지 못한다.지금 모두가 당면하고 있는 겨울이 그러할 것이다.

한 해의 끝이 하루하루 가까워지면서 연말 분위기가 살아난다.올해는 송년모임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송년모임이 그저 의례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당대의 사회상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여지가 적지 않다.취업포털 잡 코리아가 지난달 30일~1일 성인남녀 1285명을 대상으로 올해 송년 계획을 물었더니 68.4%가 그렇다고 답변했다.지난해 보다 15%나 늘어났다고 한다.

지난해 절반 정도(53.6%)에 불과했던 송년회 계획이 올해는 10명 중 7명꼴로 늘어났다.반면에 송년회를 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지난해 20%에서 올해는 7.9%로 낮아졌다.송년회의 내용도 2017년 가족중심으로 간단한 식사정도 하겠다는 응답이 72.5%로 1위를 했으나 올해는 74.3

%가 술이 있는 송년모임을 하겠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런 ‘송년회 지표’의 변화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작년 이맘때 촛불정국과 김영란 법의 여파로 사회 전체가 꽁꽁 얼어붙었다.연말이라는 시간마저 잊고 살얼음판을 걷듯 한 것이다.1년 만에 분위기가 이렇게 반전된 것은 국가적 위기로부터 벗어났다는 것을 반증한다.어제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내년 경제성장률을 2.5%에서 2.9%로 상향된 전망치를 내놨다.큰 산을 넘은 안도가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하산 길에 낭패를 보기 쉽다는 것을 잊지 말자.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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