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   사회부장·부국장
▲ 이호
사회부장·부국장
입시철이다.수험생 아이를 둔 덕에 최근 여러 대학을 찾았다.교육 수요자 입장에서 이들 대학이 유·무형으로 보여준 모습은 ‘무엇이 차이를 만들까’라는 고민으로 이어졌다.주관적일 수 있겠지만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낀 그 ‘차이’에 만감이 교차했다.강원도민으로 강원도에서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여서 더더욱 맞닥뜨린 현실은 곤혹스러웠다.수시 전형 일정에 따라 먼저 찾은 도내 A대학.아이 면접일인 이날 늦지 않게 대기실인 강의실을 찾았고,학교 밖에서 1시간 남짓 보낸후 면접을 마친 아이를 태워 집으로 왔다.수험생인 아이의 긴장과는 별개로 평상시 외출과 큰 차이가 없었다.대학 역시 평상시 일상의 캠퍼스 그 이상,이하도 아닌 모습을 보여줬다.수험생 학부모 입장에서도 매년 이맘때쯤 반복해 치러지는 면접 일이 색다를 게 뭐가 있겠나라는 생각을 스스로 하게 만드는 캠퍼스 분위기였다.첫 수험생 아이를 둔 학부모의 경험치라 그냥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생각은 며칠 후 서울의 B대학에서 무참(?)히 깨졌다.대학 입구부터 아이디어가 반영된 여러 환영 현수막과 재학생들의 다양한 퍼포먼스가 긴장한 수험생과 가족들을 들뜨게 했다.학부모 대기실로 그 대학이 자랑하는 최첨단 시설을 갖춘 건물의 열람실이 제공돼 자연스럽게 대학의 교육 투자 의지를 보도록 만들었고,주말임에도 안내 직원들이 배치돼 대접받는다는 느낌까지 가져야 했다.육안으로도 수백명을 수용할 것 같은 열람실 대형화면에는 대학의 홍보영상이 계속 상영됐고,학부모들에게 여러 홍보책자들이 제공돼 긴 대기시간 그 대학의 역사를 억지로라도 공부해야 했다.신입생도 아닌 스쳐갈 수 있는 응시생의 학부모에게 들인 공이 커보였다.

‘차이’를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교육 수요자를 대하는 두 대학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어느 대학도 자유로울 수 없는 대학구조개혁 쓰나미에도 여전히 ‘갑’의 위치를 고수하며 수요자를 대하는 ‘전통’과 최소한 겉으로라도 ‘을’로서 수요자를 갑으로 모시려는 ‘혁신’의 차이는 아닐까.수요자를 중심에 둔 ‘인식’ 변화가 가져온 차이라는 결론으로 귀결됐다.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간 ‘규모’와 ‘경제’의 차이라면 차라리 속이 덜 쓰렸을텐데,마치 큰 보물을 빼앗긴 억울함마저 들었다.대기업이 또 저만큼 향토기업에 앞서 가는 느낌이랄까.나중에야 내주머니 속 돈을 빼가더라도 당장은 고객만족에 최선을 다하는 대기업을 욕하고 싶지 않은 마음,딱 그 심정이다.이런 속내에는 한 학기 수백만원의 돈을 내는 수요자 중심의 혁신이 아직도 체감되지 않는 ‘철밥통’대학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는 최근 브리프를 통해 외국의 대학교육혁신사례를 시리즈로 소개했다.로이터 선정 유럽 최고의 혁신 대학에 2016,

2017년 연이어 1위를 한 벨기에 루벵대의 혁신 사례가 잊히지 않는다.루벵대는 연구원 및 교수 2500명,재학생 4만6000명에 달한다.11개 도시에 15개 캠퍼스가 있다.재학생 중 52%가 대학원생인 연구 중심 대학으로 유럽 내 대학 중 가장 많은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루벵대의 혁신에는 학생 주도로 운영되는 혁신기반 창업지원 커뮤니티가 있다.교수 중심의 연구개발처는 이 커뮤니티에 법적,절차적,기술적 지원을 제공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운영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갑과 을 관계인 교수와 학생 신분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대학이 가야할 혁신의 길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교육 수요자를 중심에 두고 그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니즈(Needs)를 찾는 게 혁신이다. 이호 사회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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