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4월의 일이다.DJ·노무현 정부 당시,공공기관에서 일했던 모 씨는 “10년을 굶었다.이번 대선에서 이기면 술값,밥값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그에게 대선은 ‘밥자리를 구하는 구직 이벤트’였던 셈.새 정부 출범 뒤 그는 이 곳 저 곳을 찾아다니며 발품을 판다.곧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며….반대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잘나가던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다.오라는 곳도 갈 곳도 없는 그들은 절치부심,다음 대선을 기다린다.

공공기관 인사가 한창이다.야당은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신적폐 인사라고 성토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기다렸다는 듯 일사천리로 밀어붙인다.민주당 이강래 전 의원이 한국도로공사 사장에,김성주 전 의원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이미경 전 의원이 한국국제협력단에 둥지를 틀었다.오영식 전 의원(한국전력공사)과 김용익 전 의원(국민건강보험공단),최규성 전 의원(한국농어촌공사) 등도 공공기관행이 유력하다.여기서도 철저히 ‘내로남불’.정권을 잡았으니 내 식구 내가 챙기겠다는 심보다.전리품 나누기와 뭐가 다른지….

강원도라고 다르지 않다.원주 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현 정부가 어떤 인물을 꽂을 지 촉각을 곤두세운다.벌써 일부 공공기관은 구체적인 인사가 거명된다.전임 사장이 구속되고 새로운 임원을 선출하는 강원랜드 또한 예외가 아니다.‘누구누구의 줄과 빽으로 자리를 꿰찼다’는 소문이 무성하다.‘강원도 연고 인사는 특정인을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이러니 “과거의 적폐를 단죄하면서 새로운 적폐를 만든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캠코더 인사에 견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국민의 당 천정배 의원은 낙하산을 금지하고 국민 직접참여를 보장하는 내용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관치금융 철폐를 위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공공기관장 인사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냈다.각 법안은 국회의원에서 물러난지 3년 이내 공공기관장 추천 불가,대통령 인사권 견제 등의 내용을 담았다.이른바 공공기관 낙하산 방지법이다.이 법안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을런지….

강병로 논설위원brkang@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