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재은   한림대 교수
▲ 석재은
한림대 교수
나이 들어 돌봄을 받는 모습을 상상해보자.청소하기,빨래하기,시장보기,식사 준비하기,외출하기는 물론이고 혼자 목욕하기,용변보기,식사하기,돌아눕기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에 일일이 남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나이 든 성인을 생각해보자.얼마나 참담하고 수치스럽고 마음이 힘들겠는가.온전히 돌봄을 받으며 지냈던 유아기는 잊은 채 자신의 앞가림을 스스로 해 온 기억만을 갖고 있던 사람에게 누군가의 수발을 받지 않으면 기본적인 일상생활조차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마음은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힘들 것이다.

가장 내밀하게 스스로 관리해왔던 자신의 지극히 사적(私的)인 부분인 만큼 선뜻 남에게 자신의 돌봄을 맡기기보다는 자신의 확장이라 여기는 사적 영역의 가족이 돌봐주기를 기대한다.그러나 각각의 가족구성원은 사적 영역의 자신에게 속해 있기도 하지만,누군가의 엄마로서,아빠로서,자식으로서 다른 사적 영역에 속해 있기도 하고 직장의 구성원으로서 공공적 영역에서 또 다른 책임을 맡고 있다.고령의 배우자는 돌볼 기력이 부족하다.이러한 이유로 돌봄을 사회적 책임으로 선언하고 사회적 돌봄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우리 나라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와 노인돌보미 바우처,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도입된 지 만 10년이 넘었다.그러나 일선에서 돌봄을 제공하는 요양보호사에 대한 사회적 처우는 열악하다.재가돌봄을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는 전형적인 호출제 일용직 불안정노동 형태로 월평균임금이 100만원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불안정한 서비스 수요가 서비스노동자 수입과 고용불안정으로 직결되는 구조이다.노인요양시설에서 돌봄을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는 노동강도가 매우 높다.어르신 마음을 살펴드리며 인간적인 돌봄을 하고 싶지만,주어진 일들을 숨 가쁘게 해내기도 벅차다.생계를 해결하며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사명감으로 요양보호사 업무를 시작했지만 점차 지쳐가고 자긍심을 잃고 있다.일자리로서 매력이 없다는 것이 알려지며 새로운 인력이 유입되지 않아,남아있는 인력은 고령화되고 인력 구인난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돌봄 철학자 트론토(Tronto)는 ‘돌봄 민주주의’ 책에서 “우리 모두가 돌봄의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잊고 있다.현 민주주의는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개인이나 의존하는 개인을 돌보는 이들을 시민으로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고 있다.불공정하게 돌봄 책임이 분담되는 것은 부정의(不正義)하다.함께 돌봄(caring with)이 민주적 돌봄의 핵심이다”고 지적하였다.우리는 돌봄에 모두 책임있는 주체이다.함께 돌봄을 분담해야 한다.값싼 사회적 돌봄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돌봄책임을 다했다고 착각해선 곤란하다.값싼 만큼 인간 존엄성(dignity)이 보장되는 인간다운 돌봄을 제공하기 어렵고,돌봄노동자의 지속적인 재생산은 어려워진다.민주시민으로서 ‘함께 돌봄’을 실천하는 공공적(公共的)인 돌봄정책에 대한 사회적 투자로,사적영역의 개인의 자율성(autonomy)을 최대한 존중하는 인간적인 돌봄과 함께 돌봄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를 담보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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