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이야기] 횡성 풍수원성당
1801년 신유박해 피해 이주
80여년간 화전·옹기로 생계
정규하 신부 1907년 준공
당시 사제 주거생활 한눈에

▲ 횡성 풍수원 성당 전경.
▲ 횡성 풍수원 성당 전경.
어느새 연말이다. 세밑 들뜬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신을 되돌아볼수있는 조용한 시간이 필요하다면 횡성 서원면 유현2리에 있는 풍수원성당 나들이를 권한다.풍수원성당은 유명세에 비해 소박해 종교를 떠나 바쁜 일상생활을 잠시 접고 떠날수 있는 좋은곳이다. 윤병철(75) 횡성군 문화관광해설사의 안내로 풍수원성당을 둘러봤다.

풍수원성당를 방문하면 가장 먼저 이런 두메산골에 누가 서양식성당을 건립했나 하는 의문이 든다. 이곳은 1801년 신유박해를 피한 천주교인들이 이주해 생겨났다.그후 80여년동안 화전과 옹기를 구우며 생계를 일궜고 성직자없이 신앙생활을 하며 살았다.

그럼 그들은 멀리 도망가지 않고 서울과 가까운 이곳에 정착했을까. 풍수원(豊水院)은 물이 있는 관청으로 역참이 있었다. 역참주위에 마을이 생긴것은 1886년 조불수호통상조약으로 천주교 박해가 멈춘 후였다고 한다.그전까지는 인근 깊은골짜기에 숨어살았다. 그들은 박해로부터 벗어나자 서울로부터 좋은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천구교 박해가 끝나자마자 1888년 조선교구장 민대주교가 본당을 설립했고,1896년 조선인 세번째이자 국내에서 서품을 받은 첫번째 신부인 정규하 신부가 2대신부로 부임했다.

정 신부는 부임하자마자 성당건립에 들어갔다. 그는 당시 조선대교구장에게 보낸 편지(1907년 1월30일)에서 “교우들이 성당을 짓기위해 엽전 1만5000냥을 모았습니다. 이돈으로 부족하지만 교우들은 짓기를 재촉합니다.”라며 절박함을 표시했다.풍수원성당은 이런 눈물겨운 신앙심에서 기적처럼 탄생됐다. 1907년 준공해 1909년 낙성식을 가졌다.풍수원성당은 한국인 신부가 지은 국내최초의 성당,국내 네번째 성당인동시에 도내 최초의 성당이다.정 신부는 풍수원성당건립후 47년동안 목회활동을 했다. 풍수원성당옆에는 그당시 기념식수로 심은 느티나무 2그루는 수령110년이 넘은 아름드리가 되어 성당을 지키고 있다.

▲ 풍수원 성당 내부.
▲ 풍수원 성당 내부.

풍수원성당 내부는 5개의 기둥이 양쪽으로 반원형 지붕을 받치고 있고, 사제석은 5∼9개의 작은반원형으로 이뤄졌다. 바닥은 신도들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의자를 설치했다.

종소리가 성당건물의 균열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수도 있어 1년에 한번 성체현양대회때만 33번 친다. 그런데 일부 관광객들이 무단으로 종을 치는경우가 있어 성당관계자들이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의자에 앉아 잠시 기도를 하자. 기도가 아니면 명상이라도 좋다.자신을 되돌아 보는 시간이면 된다.풍수원성당 뒤쪽에는 옛사제관이 있다.1912년 중국인 최바오르가 지은 조적조 벽돌 슬라브 2층건물로 정 신부가 선종할때까지 사용했던 곳이다.현재 내부수리중이여서 출입할수 없다. 옛사제관 앞에 있는 안내판에는 1,2층 내부에서 거실을 사이에 둔 방배치와 서재를 보면 당시 사제의 주거생활을 이해할수 있고,2층 창문을 열면 마을전경과 주막거리가 한눈에 들어온다고 기록됐다.

내부에는 정 신부가 사용했던 성경과 미사경본,고별사등이 보존되고 있다고 한다.옛사제관 왼쪽옆으로 십자가의 길이 있다.예수님이 사형판결을 받는 장면부터 골고다 언덕을 올라 십자가에 못 박히고 무덤에 안장되는 순간까지를 14개의 판화로 정리했다. 이곳을 지나면 작은 산등성이인 묵주동산이 나타나고,이길을 따라 20여분 걷다보면 부채꼴모양의 넓은광장인 강론광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매년 전국에서 1만명의 신도들이 참여하는 천주교 최대행사인 성체현양대회가 열린다. 성체현양대회는 1920년 정 신부 주최로 처음 거행된후 6.25전쟁때 3년동안 개최되지 못한 것을 제외하고는 매년 6월 성체성혈대축일에 열린다.

강론광장 맞은편에는 2013년부터 운영되는 유물전시관이 있는데 조상들의 손때묻은 생활용품 1100여점과 정 신부 사진,성체현양대회 용품등이 보존되고 있다. 이곳에는 육군대령 출신인 최수범(77·원주시 거주)씨가 30여년가 수집한 소장품1000여점을 기증했다.

▲ 나홀로 기도소.
▲ 나홀로 기도소.
유물전시관 위쪽에는 역참터가 있는 원터와 성당건립에 필요한 벽돌을 굽던 가마터가 있고, 그위쪽에는 아담한 2층규모의 원형돌집이 보인다. 나홀로기도소이다. 문을 열어보니 탁자에 성경책이 있고, 방석2개가 있었다. 한사람이 기도하기 좋은곳으로 몇시간동안 기도를 올리는 신자들이 가끔 있다고 한다.

풍수원성당을 되돌아 나오다 보면 주차장이 있다. 이곳 한켠에는 교우들로 구성된 농가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무인농산물판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조선간장,나물류,효소등이 판매되고 있다. 맞은편 옛 광동초교에는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카페가 있다.풍수원성당 바로앞에는 된장,간장을 판매하고 있다.

윤병철 해설사는 “겨울철 풍수원성당은 천천히 걸을수록 새것에서 느끼지 못하는 묘한 이끌림이 존재한다”며 “연말 연시 한번쯤은 나만의 시간을 갖기에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권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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