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커피&재즈
호젓한 어촌마을 안목 30년 후 커피거리 변모
역사·문화적 배경 더해져 강릉 대표 관광지로
바다+커피+음악 환상적 조합 만날 수 있는 곳

▲ 음악의 빠르기│ 안단테·andante  느리게│아다지오·adagio 느리고 침착하게│라르고·largo 느리고 폭넓게
▲ 음악의 빠르기│ 안단테·andante 느리게│아다지오·adagio 느리고 침착하게│라르고·largo 느리고 폭넓게
강릉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내가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푹신한 의자에 몸을 맡긴채 느릿하게 흐르는 재즈음악을 음미하면서 부서지는 파도 포말을 지켜보노라면 세상에 이런 호사가 또 있나 싶다.

카페 문을 열자 마자 로스팅 커피의 그윽한 향기가 후각을 자극하면서 내 몸에 힐링의 절정을 선사한다.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강릉에 ‘커피도시’라는,단순하면서도 어느 도시도 범접하기 어려운 찬사를 선물했나 보다.

여기서 한가지 더.강릉에서 커피를 마시는 일을 세상 어느 곳 보다 돋보이는 즐거움으로 만들어주는 감초가 있으니 바로 ‘이야기’다.커피 한톨 나지않는 한반도 동쪽 끝 바닷가의 강릉이 ‘커피도시’로 압도적 아우라를 뽐내게 된 것도 커피와 함께 농익은 역사·문화적 배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커피 명소가 된 강릉항 ‘안목 커피거리’.이곳은 30년 전만 해도 지붕위로 파도가 튀어 오를 것 같은 작은 주택 몇채가 옹기종기 모여있던 한적한 어촌이었다.그 쓸쓸하고 호젓한 바닷가에서 사람들이 만나게 되는 유일한 문명의 이기(利器)는 커피 자판기였다.재미있는 것은 그 자판기들은 마치 저마다 ‘바리스타’인 듯 커피 맛이 달랐다는 사실이다.자판기 주인들이 ‘나만의’ 커피 맛을 내기 위해 커피 믹스에 미숫가루나 콩가루 등을 섞는 기교를 부렸기 때문이다.자판기마다 단골손님까지 생겼다고 하니 안목 바닷가는 일종의 자연 카페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 강릉 커피거리
▲ 강릉 커피거리
여기에 더해 강릉에 커피 명인들이 하나 둘 둥지를 틀었다.우리나라 ‘커피 1세대’로 통하는 박이추 선생은 커피도시 강릉에 방점을 찍는 존재가 됐다.일찍이 서울에서 카페 ‘보헤미안’을 운영하며 한국에 로스팅 커피 문화를 퍼트린 그가 갑자기 강릉으로 거처를 옮긴 것은 커피 애호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강릉이라는 도시가 그 옛날 신라시대에 화랑들이 차(茶)를 덖어 마신 우리나라 차 문화의 발상지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커피도시’강릉은 결코 우연은 아니다.더욱이 지금은 커피박물관과 커피아카데미 등의 시설에 커피문화해설사와 커피빵 등의 존재까지 더해지고 있으니 커피도시의 진화는 계속 ‘현재 진행형’이다.

그렇다면 커피도시에 가장 어울리는 음악은 무엇일까.아무래도 ‘재즈’가 제격이지 싶다.느릿하면서 편안한 음률의 재즈 멜로디는 커피와 함께하는 여유로운 휴식에 가장 걸맞아 보인다.생각해보면 강릉 어느 카페를 가든 재즈 음악 한 곡씩은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귀에 거슬리지 않기에 눈치 채지 못했을 뿐….그 재즈가 커피와 만나 강릉에서 또 일을 벌인다.강릉문화재단이 주관해 오는 21일부터 사흘간 강릉 명주예술마당에서 열리는 ‘강릉 커피 앤 재즈 페스타’.

때는 따뜻한 커피가 더욱 그리워지는 계절.그대여,재즈 선율과 함께하는 강릉 커피의 유혹에 한번 빠져보지 않으시려는가.더욱이 이제 강릉은 KTX 고속열차를 타고 서울에서 1시간대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이서영 arachi21@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