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남규   강원신용보증재단 이사장
▲ 이남규
강원신용보증재단 이사장
“나쁜×들…”.지난 12월 중순 모 일간지에 실린 대학생칼럼을 읽고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했다.‘그 아이가 서울대를 자퇴한 이유’라는 제목으로 쓴 이 칼럼은 현재 서울소재 모 대학에서 공부하는 화천출신 모 학생이 기고한 글이다.내용인즉,화천의 한 선배가 1년 전에 서울대에 입학했는데 휴학을 했단다.휴학한 이유가 충격적이다.농어촌전형으로 입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변동기들로부터 따돌림과 괴롭힘에 못 견뎌 학교를 그만뒀다는 것이다.그 글을 쓰는 학생도 처음엔 이해가 안됐는데 막상 자신이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하고 보니 학내에서의 농촌에 대한 인식이 심각하다고 썼다.그 학생 자신도 선배나 동기로부터 ‘감자’로 지칭된다고 한다.심지어는 버스표로 감자를 주고받는 사진이 SNS상에 떠돌고 이것을 조소하는 댓글이 달린 것을 보았다고 한다.

이제 강원도의 교통인프라는 가히 혁명적일만큼 달라졌다.지난 6월 개통한 서울양양고속도로가 서울에서 양양까지 1시간30분대에 접근이 가능하게 하고 KTX경강선 개통은 동해안에 서울에서 두 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게 했다.시간상으로는 수도권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상황이 이러함에도 아직까지 사람들 생각은 좁혀지지 않은 것 같다.언젠가 어느 행사모임에서 모 기관장께서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다.서울에서 개최된 회의에 참석했는데 주최 측 인사께서 어디서 왔느냐고 묻더란다.그래서 춘천에서 왔다고 하니까 “아유 그 먼 곳에서 참 일찍 오셨군요!”하더란다.그때 이미 춘천은 ITX가 개통되어 수도권에서 1시간이내에 닿을 거리임에도 멀리서 왔다고 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이렇게 결론지었다.“강원도는 중앙에 있는 힘 있는(?) 사람들에겐 여전히 변방으로 생각하는 게 아닐까?”

압축 성장시대에 ‘서울’은 무엇인가? 한정된 자원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 지방은 서울을 떠받쳤다.‘서울’을 세계와 경쟁시키려고 지명 앞에 ‘특별’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고 권력과 돈을 서울에 집중시켰다.그러자 서울은 ‘기회의 땅’이 되었고 너도나도 몰려들었다.그 결과 인구와 경제력 절반이상이 국토면적의 12%에도 못 미치는 수도권에 집중됐다.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기준 경제 총 조사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전국사업체 387만개 중 수도권에 43%,전체종사자 2100만 명 가운데 47%가 수도권에 몰려있다고 한다.또 100대기업 본사의 95%,상위 20대 대학의 80%가 수도권에 몰려있다.사정이 이러하니 따지고 보면 부모는 지방출신임에도 그 자식들은 애초에 금테(?) 두르고 태어난 서울사람인양 지방친구들을 무시(?)하는 것이다.이런 모든 불균형의 원인은 무엇인가?바로 권력과 돈이다.

이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중앙집권적 사고방식과 관행,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 그리고 지역민 스스로의 열등감 내지는 패배감 등을 불식시켜야 한다.이를 위해선 우선 혁명적일만큼 지방분권이 이뤄져야 한다.과감한 권한의 지방이양이 이뤄져야 하고 세금의 상당부분이 지방에 배분해 재정적으로 자립하게 해야 한다.이제는 서울지명 뒤에 붙인 ‘특별’은 떼고 ‘강원평화특별자치도’처럼 지역명 뒤에 이를 붙여줘야 한다.기회는 바로 2018년 내년이다.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이 거론된다.새로운 헌법에 과감한 지방분권을 명시해 놓도록 하는 것이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또 하나 지방사람 스스로의 자존감 회복이 중요하다.스스로 당당해지고 내가 사는 곳을 최고라고 생각할 때 자존감이 살아날 것이다.그리하면 감히 놀림거리로 우리 강원도 사람을 ‘감자’라고 칭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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