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정순   K-water 태백권관리단 경영차장
▲ 나정순
K-water 태백권관리단
경영차장
지난 11월 15일 오후 2시40분쯤 경험해보지 못한 공포를 실감했다.당시 우리 관리단을 포함한 K-water 한강권역본부 산하 전 수도사업장에서 수도사고 발생시 재난극복을 위한 위기대응 모의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테러에 의한 기계설비파손으로 수돗물 생산이 어렵게 되었다는 시나리오에 따라 한창 훈련이 전개되고 있는 시점에 관리단사무실에 강한 지진파가 전해졌다.훈련은 즉각 수도시설에 대한 지진피해 점검과 복구를 위한 실제상황으로 전환되었다.점검결과 다행히 시설물 피해가 발견되지는 않았으나 전 직원이 지금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대형지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반면에 수도,전기,가스 등 기반시설 네트워크망이 촘촘해지고 고층건물이 경쟁하듯 들어서고 있다.무엇으로 안전을 담보할 것인가.초유의 수능연기를 가져 온 11월 15일 포항지진은 진도 5.4의 규모에 비해 큰 손실을 유발하고 있다.인명피해 88명,이재민 1100여명이 발생하고 다수 건물이 크게 붕괴되어 거주자들이 임대주택으로 이주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붕괴된 건물이 속살을 드러내면서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게 된다.지진은 피하기 어려운 천재이지만 건물의 붕괴는 부끄러운 인재임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언론을 통해 필로티 구조 건축물 기둥이 휘어진 장면이 보도되었다.전문가들에 의하면 지진을 견디기 위한 가로철근에 설계보다 자재를 반만 사용했다 한다.15cm마다 가로철근을 묶어야 하는데 30cm마다 묶어서 철근이 뒤틀리고 콘크리트가 터져 나왔다.더욱이 2차 피해를 막고자 경상북도 조사단이 피해 우려 지역을 살펴보았는데 곳곳에서 기초공사 부실시공 흔적이 드러났다.이익 앞에 관행이란 변명으로 편법과 부조리가 정당화되는 사회는 병든 사회다.안되는 게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상식과 법규와 원칙이 살아 있다면 노(NO)라고 당당히 외칠 수 있어야 한다.그러한 용기는 바로 청렴의식에서 시작된다.과거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린 대형재난들의 이면을 살펴보면 편법과 부조리가 웅크리고 있었다.성수대교,삼풍백화점에서부터 최근 경주의 리조트사고,세월호사고까지 반성하고 참회하고 혁신한다고는 했지만 그다지 달라진 게 없이 인재로 인한 재난은 반복되고 있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보장하는 가장 단단한 내진설계는 청렴이라 생각한다.발명가 에디슨은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청렴보다 더 신성한 것은 없다’고 했다.청렴이 기초를 이루지 못하는 사회는 모래위에 성을 쌓는 것과 다름이 없고 아무리 부를 축적하여 잘 사는 나라가 된들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밖에 없다.그래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담보하는 확실한 내진설계는 청렴인 것이다.개개인 모두가 청렴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그 사이에서 편법과 부조리의 싹이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청렴이 우리 국민 모두의 생활 속에 자리한다면 어떠한 지진에도 흔들림 없는 튼튼한 대한민국을 보게 될 것이다.건강한 사회를 지지하는 가장 단단한 내진설계가 바로 ‘청렴’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