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길으면 기차 기차는 빨라/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높으면 백두산 백두산…” 단어의 의미를 연결해 나중에는 “백두산 뻗어내려 반도 삼천리(하략)”로 시작되는 ‘대한의 노래’에 붙여 불렀던 일종의 구전 동요다.어떻게 이 노래가 만들어졌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오래전부터 많이 불렸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 노랫말에서 ‘긴 것이 곧 기차’고,‘기차는 빠르다’는 설정이 눈길을 끈다.실제로 시속 300km를 자랑하는 KTX가 달리고 있는 요즘도 기차는 분명 빠른 이동수단이다.고속철이 아니더라도 도로사정이 좋지 않았던 시절에도 기차는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또한 다른 이동수단에 비해 긴 것도 사실이다.물론 기차보다 빠른 비행기가 존재했지만,기차는 사람과 화물을 많이 싣고 신속하게 도시와 도시를 오갈 수 있는 대표적 이동수단이었다.

고향이 평창인 필자의 어릴적 기억에 의하면 당시 또래들은 길고 빠른 기차를 타보는 것이 꿈이었다.인근의 영월이나 정선과 달리 평창은 전 지역을 통틀어서 기차가 서는 곳은 물론,먼 발치라도 달리는 기차를 볼 수 있는 기찻길도 없던 지역이었다.지금은 도로여건이 개선돼 기차가 있는 영월이나 정선은 자동차로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게 됐지만,당시에는 비포장 도로를 몇 시간을 달려가야 했다.그래서 평창에 사는 아이들은 기차가 얼마나 길고 빠른지는 그림이나 사진을 통해서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강원도는 서울∼춘천간을 오가는 경춘선을 비롯해 원주와 영월,정선,태백,삼척,동해,강릉과 연결되는 중앙선과 영동선,정선선이 있다.이번에 경강선이 개통됨에 따라 그동안 철길이 없었던 횡성과 평창에서도 기차를 볼 수 있게 됐다.하지만 경원선이 지나가는 철원을 제외한 화천,양구,인제 등 접경지역과 속초,양양,고성 그리고 홍천지역은 여전히 기차가 다니지 않는다.계획중인 춘천∼속초간 철도와 북한과 연결되는 강릉∼제진간 동해안 철도가 놓여지면 강원도 철도망은 완성될 것이다.

경강선 개통으로 필자의 고향인 평창에도 드디어 기차역(驛)이 생겼다.‘길면 기차,기차는 빨라’라고 했던 당시 또래들의 꿈이 50년만에 현실이 됐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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