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줄고,빈집은 늘고….‘축소도시’ 증가세가 가파르다.국토연구원이 최근 펴낸 ‘저성장 시대의 축소도시 실태와 정책방안’에 따르면 태백 동해,삼척을 비롯한 전국 20개 도시에서 ‘도시축소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들 도시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정점 인구’ 대비,25%가 넘는 인구가 감소했다.낮은 재정자립도(30% 미만)와 고령화 및 빈집 증가 등이 공통된 특징.태백과 삼척은 전국 평균(6.5%)을 2배 이상 뛰어넘는 빈집 비율을 나타냈다.

축소 도시에서는 빈집이 증가하고 사람들이 떠나며 시설이 방치된다.버스와 철도 등 대중교통이 폐쇄되고,동네 가게마저 문을 닫는다.이 뿐만이 아니다.젊은이들이 사라지면서 아이 울음소리가 증발했다.당연히 일자리도 없고.가장 심각한 건 ‘깨진 유리창 이론’으로 상징되는 빈집 증후군.도시가 쇠퇴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도시 환경이 악화되는 것이다.‘사람 손을 타지 않으면 집은 망가진다’는 논리가 도시 전체에 악영향을 주는 셈.

‘축소도시’의 반작용으로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는 축소된 도시규모에 맞춰 거주환경을 재조정하는 ‘도시 다이어트’가 한창이다.일본 도야마시의 경우 도시기능을 집약화 하는 거점을 설정,해당 지역으로 공공시설과 주거 입지를 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독일은 빈집을 철거한 후 녹지를 조성하는 정책을,미국 디트로이트는 개발용지와 공공서비스의 적정 규모화 전략을 담은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했다.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한 일종의 도시재생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도시기능 존속을 위해 축소된 인구에 맞게 주택과 기반시설 규모를 축소하고,도시 생활거점으로 공공서비스를 재배치하는 것’이다.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 중 3분의 1,읍·면·동 3502개 중 40%가 30년 뒤에는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우리의 경우도 축소도시와 지역소멸 앞에 자유롭지 않다.‘빈집,빈 땅,빈 마을’로 고통받는 일본의 사례가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상점과 주택가에 듬성듬성 자리 잡은 ‘빈 집’은 악성 종양이나 다름없다.저출산·고령화·저성장의 늪에 빠져 전체 주택 대비 빈집 비율이 10.4%인 강원도는 더욱 더….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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