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훈   양양주재 취재부국장
▲ 최훈
양양주재 취재부국장
1980년대까지만 해도 양양 물치항에는 제법 큰 장이 섰다.길이가 1㎞에 이를 정도의 규모였던 물치장은 물치·대포항 일대의 수산물은 물론 양양과 속초 사이라는 지리적 여건으로 두지역 간의 특산물 교환시장 역할을 했다.하지만 대부분의 전통시장이 그렇듯 교통이 발달하고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물치시장 역시 그 기능이 점차 없어지고 결국 장터도 사라졌다.

일반적인 시골장터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수년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 경기도 양평의 ‘문호리 리버마켓’이다.특수효과와 연출 등으로 유명한 안완배 감독이 2014년부터 기획해 운영하고 있는 리버마켓 셀러들은 기본적으로 자기가 만든 물건을 파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공예품이나 농산물 등을 그냥 팔기보다는 아이디어를 더해 새로운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다.자신이 판매하는 물건 하나하나에 스토리가 있어야 하고,가게 이름과 간판도 예쁘고 창의적이어야 눈길을 끈다.문호리 리버마켓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엄청나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장이 서는 날이면 시골마을인 양평 강변의 장터로 가기 위해 시내교통이 마비될 정도다.20여명의 마음에 맞는 셀러들로 시작한 리버마켓은 현재 등록된 셀러만 700여명이고,10여명이었던 네이버 카페는 회원수가 2만명을 넘어섰다.일부 지자체에서는 부지를 제공하며 장터 개설을 제안하고 있다고 하니 리버마켓은 전통시장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폐장 후 한적한 시골어항으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던 물치항에 ‘비치마켓’을 유치한 것은 대부분 전통시장의 부진 속에서 매우 시의적절 했다는 평가다.리버마켓을 기획한 안 감독은 자신의 아이디어로 사람들이 만나고 즐기는 공간을 가꿔갈 뿐 다른 욕심은 부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물치 주민들은 문호리 리버마켓을 수차례 벤치마킹하고 안 감독을 설득해 비치마켓 개설을 이끌어낸 것이다.지금까지 불과 두차례 장이 선 물치 비치마켓을 두고 성공여부를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일지 모른다.하지만 불과 두차례 장터 개설에도 불구하고 비치마켓에 주목하는 이유는 비치마켓의 표면적인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지역주민과 상인들의 의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리버마켓 셀러들은 최소한의 질서 속에서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는 것을 최우선의 원칙으로 한다.주변을 배려하는 마음과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며 주차관리나 화장실 청소도 마켓에 참여한 셀러가 순번을 정해 담당한다.

그동안 동해안 관광지의 고질적인 문제가 바가지 요금과 호객행위였다.바가지요금과 호객행위는 결국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사실 우리의 장터는 상거래 뿐 아니라 지역과 주민이 문화와 정서를 공유하는 화합의 장소였다.하지만 언제부턴가 전통시장은 낡고 불편한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비치마켓을 두고 일부에서는 ‘외지상인 장사시켜줄 일이 있냐’며 반대했다고 한다.하지만 비치마켓에 참여한 주민들은 자발적이고 자치적인 분위기에 동화돼 좀 더 특화된 장터로의 발전은 물론 앞으로 리버마켓에도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소비자들의 기호와 소비행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트랜드 속에서 전통시장은 더 이상 ‘정과 추억이 있는 곳’이라는 정서에 기댈 수 만은 없다.물치 비치마켓이 바다와 같은 넉넉함과 아늑함,그리고 여유와 자유로움이 넘치는 문화장터로 자리잡아가듯 전통시장 역시 차별화된 컨셉트를 개발하고 이에 맞춘 볼거리,먹을거리,즐길거리를 찾아야 한다.전통시장,문화가 답이다.  최훈 양양주재 취재부국장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