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헌   시인   전 속초양양교육장
▲ 김종헌
시인
전 속초양양교육장
정유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우리는 흔히 지난 1년을 돌아다보며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사자성어를 많이 쓴다.그러나 정유년 올 한 해처럼 그 네 글자가 가슴에 시리게 다가온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다음 포털 검색어 1위가 ‘박근혜 탄핵과 19대 대선’이라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또한 대학교수들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사악함을 부수고 바름을 드러낸다’는 뜻의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선정됐다.두 번째로 선정된 ‘거문고 줄을 바꿔 매다’는 뜻을 가진 ‘해현경장(解弦更張)’이 선정된 것은 2017년 정유년 한 해 동안 대한민국의 실상을 잘 보여 주고 있다.

그래서인가? 올 한 해는 신문뉴스를 볼 때도,텔레비전 뉴스를 볼 때도 가슴이 답답하거나 짜증이 날 때가 많았다.세월호의 트라우마를 재발시키는 안전 불감증의 인재사고가 되풀이 되고 저질 삼류도 못되는 정치인들의 막말 퍼레이드를 방송뉴스 시간마다 왜 반복해서 들어야 하는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사건 하나가 터지면 사실이나 본질보다 흥미위주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서 특종이라도 되는 듯이 보도하는 행태도 그렇고,잔인한 사고 현장과 비정상적인 범죄수법들을 학습시키려는 듯 너무 자세히 보여주는 것도 사실은 매우 못마땅하다.

한 마디로 영화 ‘구타 유발자’ 수준의 ‘짜증 유발자’다.물론 미디어는 유용성과 유해성의 양면을 가지고 있다.유용성으로 ‘미디어는 우리에게 좋은 친구이며 정보를 얻은 창구며,사회적 관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인간관계의 장이며 올바른 민주시민의 자질과 안목을 길러주고 복잡한 현대인의 휴식처인 오락도구’이다.그러나 그 유용성 못지않게 ‘미디어는 흥미위주로 선정성과 폭력성을 강조하고 지나친 소비주의와 패턴을 유도하고,과도한 접촉으로 생활리듬을 파괴하고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확대 재생산하는 기재이며,지배 권력의 입장을 대변하고 우리의 사고력을 저하시킨다’는 유해성을 가지고 있다.

사적인 소견이지만,지금 우리나라의 미디어의 현실은 유용성보다 유해성 측면이 너무 강하다.유용성조차도 ‘오락성’이 지나치게 강하고 유해성 측면의 부정적 측면이 고려되지 않은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가족들이 함께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너무 적다.다가오는 2018년 무술년에는 이렇게 바뀌면 어떨까? 거주공간이 아파트가 주가 되면서 요즘엔 ‘층간소음’이 사회적 이슈가 될 때가 많다.그리고 그 층간소음 때문에 다양한 갈등사태가 벌어지고 때론 살인사건까지 벌어지는 현상을 뉴스에서 접한다.

그런데 그 보도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이 더 각박해진다.아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보복방법들을 알게 된다.그 잠재적 지식이 어느 날 내 위층 아이가 뛰어노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폭발할까봐 때로는 두렵기조차 하다.얼마 전 보도되었던 “안녕하세요.000호 입니다.나름 조심한다고 해도 어린 아이가 둘이라 여간 자제가 어렵네요.늘 이해해 주셔서 편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늘 죄송한 마음은 항상 갖고 있습니다”라고 사죄의 손 편지를 아랫집 문고리에 걸어서 이웃 간의 다툼을 해결하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뉴스들이 메인을 장식했으면 좋겠다.돌풍에 날린 폐지를 줍는 노인들을 도와주는 학생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 뉴스는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2018년 대한민국 모든 신문의 헤드라인이,모든 방송들의 메인 뉴스가 사건 사고가 아닌 우리가 같이 살아가는 이웃들의 따뜻한 이야기 하나로 시작되는 모습이 무척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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