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해가 저문다.누군가는 힘겹고 혹독한 1년이었다고 하고,또 누군가는 숨 가쁘게 바쁜 한해였다고 말한다.새끼줄 엮듯 빠듯하게 짜인 송년모임에서는 예외 없이 “올해 바쁘셨지요?”라는 인사를 듣는다.이 말에 정색을 하고 “바쁘긴요.한가하고 여유로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나 자신도 “네~.정신 없이 한해를 보냈내요.사는게 뭐가 그리 바쁜지…”.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시길.나와 당신은 정말로,지독히,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바빴는지.

솔직하게 말해보자.아침부터 저녁까지,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1일부터 31일까지,1월1일부터12월 31일까지 정말 바쁘고 충실하게 살았는지….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안다.아무리 촘촘하게 계획을 세우고,정말 열심히 살아도 예상치 못한 일이 터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어차피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 아니던가.쉴 줄 모르고 무작정,왜 달려가는지 모르는 사람이 과연 행복할까?하버드대학 심리학 교수인 탈벤 샤하르는 “쉴 줄 모르는 사람은 일도 못한다”고 일갈한다.쉬는 법을 배우라는 충고와 함께.

부탄은 가난하지만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다.이 나라의 석학 카르마 우라는 “행복은 단순함에 있다”며 행복의 조건으로 욕심 줄이기,현재에 만족하기,허세 버리기,긍정하기,단순하게 살기 등을 꼽는다.그는 또 “소박하고 간소한 생활은 내면세계의 풍성함을 더하지만 더 많이 바라고 더 많이 짊어질수록 고민과 근심이 늘어난다”고 가르친다.미국의 문학가 헨리 소로 또한 “소박하고 단순한 삶이야말로 물질과 생명의 본질 사이에 있는 장벽을 없애는 힘”이라고 했다.

2017년,대한민국의 각종 통계는 행복하지 않았음을 고백한다.자살률,실업률,출산율,고령화 등.물론 각 지표를 무시할 수도 있다.숫자에 불과하다고,예년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무한 경쟁을 강요하는 이 나라에서 과연 행복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살기 힘들어 아이를 낳지 않는 나라,1등만이 존중받는 나라,경쟁에 지쳐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는 나라….2018년은 이런 나라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기를,모든 목표의 최종 목표가 ‘행복’으로 정해질 수 있기를….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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