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국가대표입니다”
올림픽·패럴림픽에 2만4000여명
통역 15세소년·87세 성화봉송 등
4월부터 교육 내년1월 188곳 배치

40여일 앞으로 성큼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선수와 감독 등 올림픽에 참여할 주역들이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랜 시간 올림픽을 준비하는 숨은 일꾼이 있다.그 수만 해도 무려 2만 4000여명.이들은 바로 국내외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이다.내년 1월 7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하는 ‘올림픽의 주역,자원봉사자’를 소개한다.

평창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은 지난 해 7월 모집돼 요건심사와 면접을 거쳐 선발됐다.자원봉사단 규모만 해도 올림픽 1만 7000여명,패럴림픽 7000여명이 함께 뛴다.내국인은 1만 7000여명으로 남성이 5000여명,여성이 1만 2000여명을 차지해 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외국인은 1000여명에 달하며 전체 봉사자의 0.4%에 해당되는 장애인 자원봉사자들도 봉사에 참여한다.참가자 비율은 20대 이하가 83%에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30~40대가 각각 3%,50대가 5%에 해당되고 60대 이상이 6%다.

자원봉사자 교육은 기본교육으로 시작돼 올림픽과 패럴림픽 대회,자원봉사자의 개념,CS 교육,글로벌 교육,장애인 이해,경기종목 소개,안전교육,성평등교육 등이 진행됐다. 9~10월에는 각 팀의 리더를 희망하는 700여명을 대상으로 리더 봉사자의 개념,역할,리더십,팀 빌딩 교육 등이 이어졌다.이달부터는 분야별로 나눠 전문적인 직무교육에 들어갔다.대망의 해이자 올림픽 개막을 앞둔 2018년 1~2월에는 부서별,근무지별로 이동해 근무를 시작한다.가장 처음 업무를 시작하는 미디어팀 60여명은 내년 1월 7일부터 평창 국제방송센터에서 방송업무를 지원할 계획이다.

자원봉사자들은 올림픽이 개최되는 평창,강릉,정선을 비롯해 서울,인천공항,양양공항 등 모두 188곳에 배치된다.경기장,선수촌,미디어촌,공항과 역,숙박시설 등에 위치한 이들은 한국을 찾은 선수와 관람객의 편의를 돕는다.분야는 크게 관중안내,숙박,교통안내,사무지원,일반운영,인력관리,취재,방송,정보기술,기상,의전,선수단 지원,통역,경기,시상,의료,도핑 등 17개로 나눠 크게 244곳에서 근무한다.경기장과 교통시설을 비롯한 주변관광 안내부터 경기장 기상관측 업무 및 기상정보 전달,공식 경기기록 계측 등 전문적인 업무까지 힘을 보탠다.

2만4000여명이 참여하는 만큼 이색적인 봉사자들도 눈에 띈다.최연소 봉사자는 2002년생으로 15세,최고령 봉사자는 1930년생 87세로 72세가 차이난다.최고령 자원봉사자는 임경순(87) 씨로 1960년 제8회 스쿼밸리 동계올림픽에 한국 최초 알파인 국가대표로 출전했다.당시 대한스키협회 회원이던 임 씨는 스키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 선진 스키문화를 전하기 위해 대회에 참여했다.스키장이나 제설장비가 없던 시절,임 씨는 당시 대회 참여를 위해 겨울마다 평창 대관령에서 3~4km씩 걸어서 산을 오르며 스키를 탔다.현역이 아닌 그는 올림픽을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다며 지난 11월 인천에서 성화봉송 주자로 참여하기도 했다.임 씨는 “동계스포츠 기반이 없었던 우리나라가 동계올림픽을 열 수 있을 만큼 국력이 성장한 것에 자부심이 생긴다”며 “60여년만에 올림픽을 직접 볼 수 있어 감회가 새로워 힘이 닿을 때까지 열정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최연소 봉사자는 강민(15·서울외국인학교)군이다.3주 간의 학교 수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열정을 보인 강 군은 올림픽빌리지 안내데스크에서 선수들의 불편사항을 받고 컨퍼런스룸,TV 라운지 등에서 통역을 담당한다.강민 군은 “세계 최대의 겨울 스포츠 이벤트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스포츠 쪽 업무에 관심이 있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면서 선수들의 열정을 가까이에서 느끼며 꿈을 찾는 과정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릉에서 태어난 김영진(75)씨도 감회가 새롭다.현재 삼척에서 거주하고 있는 김씨는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삼척 고속터미널 인근에서 성화봉송 주자로 참여했다.2002년 월드컵 경기장에서 안전관리 팀장으로 자원봉사 경험이 있는 그는 이번 평창올림픽에서는 도핑 분야에 배치돼 선수들의 약물사용 여부를 파악한다.김씨는 “살아서 올림픽을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번이 내 인생의 마지막 올림픽일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며 “이번 경험을 기록으로 남겨 후손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대회기간 전 세계에서 수백만명의 선수와 관광객이 강원도를 찾게 되는 평창올림픽.2만 40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은 국내외 관광객이 가장 먼저 대면할 대한민국의 얼굴이기도 하다.제각각의 이유와 의미로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개최를 위해 보수와 대가 없이 나선 이들.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두의 올림픽을 위해 애쓰고 있는 그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한승미 singm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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