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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毒感)

김응섭 2018년 01월 03일 수요일
▲ 김응섭   원주교육지원청 교육장
▲ 김응섭
원주교육지원청 교육장
지독한 감기다.온 몸이 으슬으슬 떨리면서 팔다리가 쑤시더니 이내 얻어맞은 듯 욱신거린다.한동안 코가 막혀 숨쉬기가 불편하다가 이제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흘러나오는 콧물에 이마저도 부족한지 눈물까지 섞여 나오면서 가관이 아니다.간질간질한 목구멍에서는 쉴 새 없이 헛기침이 나오고 가끔 기침을 하거나 재채기를 할 때마다 머리가 흔들려 흙탕물을 휘저어 놓은 듯 회로가 엉켜버린 전자제품처럼 혼미하져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연말연시 각종 모임과 행사에 참여하다보니 마음이 지쳤는지 아니면 기력이 쇠약해져서인지 몇 년 동안 별 걱정 없이 지내던 겨울감기가 찾아와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병원 가는 것이나 주사를 맞는 것은 애저녁에 포기한 터라 가까운 약국에 들러 증상을 말하고 약을 구입해서 복용해 보았는데 변변한 도움이 되지 않는다.수시로 따뜻한 물을 마시면서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데도 이 또한 50년을 넘게 부려먹은 몸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

내친김에 어릴 적 어머니께서 해 주시던 무와 배즙을 내리던 생각이 나서 냉큼 집 앞 슈퍼마켓으로 달려가 가장 크고 잘 익은 배 한 개와 무 한 개를 사가지고 와서 작업에 돌입했다.배의 윗부분은 잘라내고 배의 가운데 부분을 수저를 이용해서 파 낸 뒤에 배 속을 조금씩 긁어 정성들여 배즙을 만들었다.만들어진 배 즙에 마늘 대 여섯개와 적당량의 꿀을 넣은 뒤 남비에 물을 붓고 중탕을 하였다.무도 같은 방법으로 속을 파고 즙을 만들어 꿀과 생강조각을 넣어 중탕으로 가열하였다.

삼사십 분을 은근한 불로 정성들여 달인 즙을 한 데 모아 복용하였다.한방에서 신진대사기능을 회복시켜 정신적,육체적 활력을 증강시켜 준다는 비법인 십전대보탕을 도용한 나만의 비법을 만들어 먹은 셈이다.그런데 이런 처방에도 좀처럼 감기는 사그라들지 않았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는 듯하다.옛말에 한 번 찾아온 감기는 열흘만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는 속설을 믿는 게 낳다는 부질없는 생각이 정설처럼 다가온다.사전에 예방하지 않고 평소 운동도 게을리 한 결과리라 스스로 반성을 해 본다.

병(病)이 육체적, 정신적 이상으로 인해 고통을 느끼게 되는 현상이라면 마음에서 오는 병은 나의 나약함이나 관리 부족이 원인이요 피부를 통해서 느끼는 병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형성에서 오는 문제일 것이다.전자의 경우 원인과 대처방법을 잘 알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것이지만,후자의 경우 다양한 원인이 있으므로 원인에 맞는 다양한 처방이 필요하다 하겠다.

다시 새해가 밝았다.지독한 감기처럼 올 한 해 아픔을 겪은 우리의 아이들이 새해에는 튼튼하고 행복한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한 알의 도토리가 땅에 떨어져 뿌리를 내리고 잎을 피워 자라나는 동안 비와 바람,따뜻한 햇살 같은 자연의 손길과 우직한 손으로 거름을 주고 필요 없는 가지를 잘라주는 정원사(庭園師)들의 돌봄으로 커다란 참나무로 자라듯이 우리의 아이들이 바른 인성을 가지고 각자의 삶을 준비하며 학부모와 교사,지역의 어른들이 함께 이들을 격려하고 도와줌으로서 아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행복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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