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문화레거시 창출 과제와 전망
무대 펼칠 하드웨어 부족 문제
올림픽콘텐츠 시설과 연계 필요
인프라 구축·공감대 형성 선행
문화예술 장기적 시각·지원 절실

▲ 문화올림픽 개막 한 달을 앞두고 강원도민일보가 마련한 문화올림픽 유산 창출을 위한 특별좌담회가 최근 춘천의 한 독립서점에서 진행됐다. 정일구
▲ 문화올림픽 개막 한 달을 앞두고 강원도민일보가 마련한 문화올림픽 유산 창출을 위한 특별좌담회가 최근 춘천의 한 독립서점에서 진행됐다. 정일구
2018평창문화올림픽 개막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평창올림픽 공식개막에 앞서 내달 3일 서막을 여는 평창문화올림픽의 최우선 과제는 문화레거시(유산) 창출이다.강원도민일보는 최근 평창문화올림픽의 핵심프로그램인 강원국제비엔날레와 평창겨울음악제,강원도 문화올림픽을 중심으로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성공적인 문화올림픽 레거시 창출을 위한 신년대담을 마련했다.참석자들은 “진정한 문화올림픽은 올림픽 사후 시작된다”며 “이번 올림픽을 강원문화예술이 꽃피는 시발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참석자

김태욱 강원도 문화올림픽 통합추진단 총연출감독

홍경한 강원국제비엔날레 예술총감독

김희정 평창대관령음악제 운영실장

◇진행

박창현 강원도민일보 문화부장

-문화올림픽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현재 준비 상황은.

△김태욱=“강원도 문화올림픽 통합추진단은 강원도와 각 시·군,문화체육관광부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가 준비한 문화올림픽 행사를 아울러 막바지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또 개별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 작업과 함께 강원도 테마공연인 댄스 퍼포먼스 ‘천년향’과 같이 지역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신규 프로그램도 제작 중이다.”

△홍경한=“강원국제비엔날레도 막바지 준비에 들어갔다.올해 행사 장소인 강릉녹색도시체험센터가 전시 전용 공간이 아니다 보니 협소한 부분이 있어 보완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현재 센터 인근에 신축 중인 800여 평 규모의 임시 전시장이 이달 초 완공될 예정이다.외국 작가 작품은 운송에 들어갔고 전시 작품은 이달 중순부터 설치될 예정이다.일부 작가는 이미 입국해 작업을 시작했다.”

△김희정=“음악제 특성상 1년 전에는 일정이 결정돼야 연주자 라인업을 확정할 수 있기 때문에 올해 평창겨울음악제 일정과 프로그램은 모두 정리된 상태다.티켓 예매도 지난달 말 시작됐다.올해 음악제는 오는 30일 서울 예술의 전당을 시작으로 춘천,원주,강릉,평창에서 공연을 진행한다.올림픽 붐업을 위해 좀 더 많은 사람이 관람할 수 있도록 가격을 대폭 낮췄고 무료 공연도 있다.”
-각 프로그램을 유산화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고충은.

△홍경한=“도내 시각예술을 보여줄 인프라가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강원도만이 가진 어떠한 정서를 미술이라는 언어를 통해 보여주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하드웨어가 필요한데 현재 도내에는 좋은 콘텐츠가 있어도 펼칠 무대가 없다.전국적으로 봐도 도립미술관이 없는 지역은 충북과 함께 강원도가 유일하다.안 그래도 예산과 시간 부족이 큰 상황에서 인프라마저 없다 보니 장소 선정과 섭외,추가공간 구축을 위해 큰 비용을 치렀다.‘문화올림픽 유산 창출’을 구호로만 외칠 게 아니라 현실적인 여건이 먼저 조성돼야 한다.”

△김희정=“음악제도 하드웨어를 갖고 있지 못한 게 큰 어려움이다.전용 인프라가 있다면 음악제 발전의 큰 동력이 될 것이다.그런 점에서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강릉아트센터가 건립된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정부와 지자체가 올림픽 이후 남을 여러 콘텐츠를 시설과 연계해 함께 발전시켜나갈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문화올림픽 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늦게 확정되다 보니 준비가 늦어져 홍보 기간이 짧아졌다는 것 또한 아쉬움이다.”

△김태욱=“추진단은 여러 주체가 준비하는 문화올림픽 행사를 정리해야 하는 만큼 고충을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웃음) 수많은 행사를 수용자 입장에서 잘 받아들일 수 있게 정리해야 하고 오랫동안 준비한 이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시간적 한계로 애로사항이 많지만 이제는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앞만 보고 나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림픽 문화유산 창출이 최대 과제로 꼽힌다.이를 위한 전략은.

△홍경한=“이번 비엔날레의 주제가 ‘악의 사전(The Dictionary of Evil)’이다.환경,기아,계급,노동,소외와 같은 것들을 다루고 난민 문제로 고통받는 시리아,레바논의 작가도 참여한다.한국 비엔날레 역사에서 이렇게 현실적인 코드를 가져온 경우는 없었다.오늘날 우리 인류가 맞닿은 사회현실을 우회하지 않고 고찰하며 결국 올림픽 정신인 ‘이타적 인본주의’를 함의한다는 점에서 다른 비엔날레와 크게 차별화될 것이다.특히 강원도니까 할 수 있고,해야만 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도 향후 레거시 창출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본다.”

△김희정=“평창대관령음악제는 탄생 자체가 올림픽 유치와 레거시 창출을 위해 출범한 행사다.두 번의 뼈 아픈 올림픽 유치 실패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지난 14년간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음악제로 거듭났다.특히 강원도가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클래식 음악을 향유할 수 있다는 점과 음악학교 등은 우리 음악제만의 특색으로 자리 잡았다.2016년부터는 올림픽이 열리는 겨울 시즌에 평창겨울음악제를 선보이고 있는데 여름에 열리는 평창대관령음악제와는 또 다른 차별화된 콘텐츠로 올림픽 이후에도 두 개 행사를 함께 이어갈 수 있도록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고 있다.특히 올림픽 기간 열리는 올해 행사는 음악으로 하나 되는 축하와 화합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실내악은 물론 국악,발레,합창,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지난해 협연해 화제를 모았던 첼리스트 정명화와 명창 안숙선이 이번에는 ‘평창 흥보가’를 초연하며 직전 동계올림픽 개최국인 러시아의 마린스키 오페라단도 참여한다.”

△김태욱=“이번 평창올림픽에 선보이는 문화올림픽 프로그램이 100개가 넘기 때문에 일회성으로 끝날 행사도 있지만 파이어아트페스타,DMZ아트페스타 등 강원도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로 제작되는 프로그램은 유산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파이어아트페스타의 경우 강원도의 주요 관광 콘텐츠 중 하나인 일출의 느낌을 파이어 아트로 구현한 축제다.DMZ아트페스타도 도내 평화 관련 콘텐츠를 결집해 매년 이어나갈 수 있는 계기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가능한 도민을 참여시켜 올림픽 후에도 이들이 계속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우리의 레거시 전략이다.”

-성공적인 문화올림픽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홍경한=“문화예술은 장기적 시각과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다.평창대관령음악제가 10년 이상 이어지며 진가를 발휘하고 있듯 비엔날레도 내년 행사는 베이스일 뿐 이 행사를 지속해서 이어가며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문화유산 창출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 지원과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며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강원도의 문화유산 창출을 위해 모두가 문화올림픽의 가치를 함께 생각하고 실현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다.”

△김희정=“문화올림픽 유산 창출은 굉장히 긴 호흡으로 가야 하는 문제다.한두 개의 프로그램을 남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강원도의 문화 생태계를 튼튼히 하는 개념으로 가져가야 하고,그 중요성을 우리 모두가 인식하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현재 문화올림픽을 위한 선언적 이야기는 많은데 레거시 창출을 위한 실질적 실현 계획은 없는 것 같다.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올림픽 이후 강원도 문화유산 창출을 위한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고 선도할 조직,기구 등이 마련돼야 한다.올림픽은 사실 강원도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행사인데 정부에서도 그런 부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

△김태욱=“이제는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마음가짐이 절실하다.문화올림픽은 강원도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화자산이 될 수 있는 만큼 각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주체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범국민적 염원으로 문화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유산을 남길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준비하는 사람도,참여하는 사람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축제의 장으로 나아가야 문화올림픽 실현이 가능하다.” 정리/최유란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