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 중순쯤 명태 상덕
3개월간 녹고 얼고 수십차례
70% 건조후 4월∼6월쯤 출하

인제 용대리 황태덕장

동경 127도,북위 37도의 38선 이북지역.쌍룡(雙龍)이 머리를 들고 있는 형상의 용바위 아랫마을이라 해서 용의터,용대동이라 불렸던 인제 용대리지역에 혹한이 찾아왔다.한 폭의 그림처럼 눈 덮인 산을 배경으로 통나무에 가지런히 매달린 명태의 모습이 이채롭다.어디서나 쉽게 구경할 수 없는 풍경이다.



매서운 골바람에 체감기온 영하 20도의 한파가 이어진 가운데 하천과 산을 따라 들어선 황태덕장에서 주민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주민들은 겨울이 오기 전 10월~11월에 덕장을 설치한다.

진출입이 용이하고 경사가 없는 평지가 최적이다.덕장은 전통방식 그대로 소나무를 이용해 설치된다.예전에는 상하 3칸으로 설치했지만 현재는 2칸이 기본이다.통풍을 원활히 하고 낙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덕장 설치가 끝난 뒤에는 비로소 명태를 덕에 거는 상덕작업이 진행된다.용대리 주민들은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는 매년 12월 중순쯤 명태를 건다.상덕 즉시 얼지 않으면 물과 함께 육질의 양분과 맛이 함께 빠지기 때문이다.올해에는 추위가 일찍 찾아와 12월 초부터 덕걸이가 시작됐다.

눈보라가 치고 차가운 북풍이 몰아치면 덕대에 걸린 명태는 금세 언다.밤새 얼어붙은 명태는 해가 비치는 오전에 녹았다가 찬바람에 다시 마른다.이렇게 얼고,녹고,마르기를 수십 차례 반복되는 동안 살 속의 얼음이 기화되면서 구멍이 생기고 명태의 속살이 부풀어 올라 북어처럼 딱딱하지 않게 돼 조리하기가 수월해지고 양념도 잘 밴다.바닷가에서 말리는 북어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잘 건조된 황태는 3월~4월에 싸릿가지로 꿰는 관태작업으로 이어진다.큰 황태는 1쾌(10마리),작은 것은 1두름(20마리)으로 작업한다.

이때 완전 건조보다는 70% 정도 건조된 상태에서 한달간 창고에 저장했다가 4월~6월쯤에 상품으로 출하한다.황태는 ‘식탁에 오르기 위해 50명의 손길을 거쳐야 한다’는 말처럼 사람의 정성으로 태어난다.하지만 그 맛의 80% 이상은 하늘이 결정한다고 할 정도로 무엇보다 날씨의 영향이 크다.황태가 ‘하늘이 내린 선물’인 이유다.

최원명 wonmc@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