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호스피스를 시작한 곳이 ‘강릉 갈바리의원’이다.몇해 전 우연찮은 기회가 있어 봉사 활동을 한 바 있다.그 곳은 죽음을 앞둔 말기 암 환자들이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안식을 취하는 곳이다.도심지에 위치해 복잡해 보일듯도 하지만 단아하고 고즈넉한 정원 안에 여유롭게 드리운 수양버들이며 봄이면 아름다운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나 장관을 이룬다.어느 날 말기 암 환자인 한 할머니께서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발작을 일으키셨다.우는 목소리로 간호사를 찾으시기에 내가 급히 할머니의 방으로 들어가 본 것이다.“나 병신이지! 그렇지? 나 병신이지! 솔직히 말해 봐!” 할머니는 구슬픈 목소리로 계속해서 이 말만 하셨다.나는 겨우 용기를 내 이렇게 말씀드렸다.“아니예요.하느님께서 할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더듬거리며 드린 이 한 마디에 할머니는 마음의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할머니는 흐느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그 말을 듣고 싶었어.그 말을 듣고 싶었어…” 사랑받고 있다는 말,할머니는 그 말을 그렇게 듣고 싶었던 것이다.봉사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던 할머니의 거친 말투와 어린애 같은 투정은 사실 누군가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의 표현이었던 것이다.그렇게 사랑하는 일에 서툰 사람들에게 용기를 내 말해 주고 싶다.“당신은 사랑받고 있습니다.” 김현기 강릉 사회보장협의체 내곡동지역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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