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만희 상지대 교수
▲ 류만희 상지대 교수
예년 같으면 한해를 ‘잘’ 마무리 하고,새해를 ‘잘’ 맞이하자는 것을 핑계로 몇 번의 모임 자리가 있어야만 했다.지난해 연말에는 거의 없었다.모임 횟수로 치면 2017년은 ‘잘’ 마무리가 되지 않은 것이고,2018년도 ‘잘’ 맞이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시작한 무술년,한해를 ‘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보자.연말이면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면 어김없이 구세군의 종소리가 들린다.그날도 들었다.빨간 외투를 입고,손을 흔들 때 마다 종소리는 쉴 새 없이 울렸다.한번쯤은 종소리나는 쪽을 쳐다볼만할 텐데,사람들은 정면을 응시한 채 참 바삐도 걷고 있었다.조금 과하게 그려보면 종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까지 최대의 속도로 가야만 하는 것처럼 보였다.사계절이 있는 우리 나라에서 연말은 춥고,추위는 이웃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 쉽상이다.실제 기부금품은 겨울철에 집중되고,모금 관련 방송도 많다.지난 연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모금이 기부한파라고 할 정도로 좋지 않다는 소식과 함께 원인 진단과 해법에 관한 신문기사와 방송이 있었다.

기부한파의 원인 분석은 이렇다.첫째,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서 모금액이 줄었다는 것이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도 있으니 그럴 듯하다.그러나 실제는 좀 다르다.우리는 지금 4명 중 1명 정도가 기부하고 있는 데 연소득 1억 이상 고소득자 보다 2000~4000만원 구간 소득자가 더 많이 참여한다.기부의 장기 추세를 보면 2006년 개인기부액은 5조 3452억원에서 2015년 7조 9328억원으로 지난 10년 동안 약 1.5배 정도 증가하였다.뒤돌아보면 2008년 세계금융위기도 있었고,2012년 이후 경기침체에 따라 거시경제지표가 안 좋았고,실질민간소비증가율도 2010년 이후 3%을 넘지 못했다.한마디로 가계 경제상태가 좋지 못했음에도 기부금액이 2014년을 제외하고 상승했다.경제여건과 기부금은 생각만큼 밀접한 관계가 아니다.2017년은 ‘예외적’인 한해로 해석될 수 있다.다행이다.

기부한파의 원인에 두 번째 분석은 기부를 하던 많은 사람들이 새희망씨앗 사건,이영학 사건(어금니 아빠)을 보고 기부를 포기하는 것을 넘어 기부 공포(phobia)때문에 기부금이 현저히 줄었다는 것이다.두 사건은 내용이 충격적이고, 범죄행위이므로 기부행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또 기부행위가 사전에 잘 계획된 행위이기보다는 특정 상황이나 사건이 잠재적 기부자의 감정을 자극하여 기부행위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두 번째의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그러나 필요한 것은 기부단체의 신뢰회복과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이지 기부를 줄여서는 안된다.

우리는 ‘잘’사는 삶의 기준으로 경제적 지표가 필요 이상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또 그것을 너무 중요한 가치관으로 삼고 있다.나 이외 타인을 돌보기 위해 필요하고,더불어 사는 것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사회적 기부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다.이것이 기부한파의 원인이고 우리가 ‘잘’살 수 있는 방법을 놓치고 있다는 증거이다.그래서 ‘잘’사는 방법으로서 기부를 제안한다.쉽게 생각하자.거창하게 인생관을 바꾸어야 ‘잘’사는 것이 아니다.곧 있을 연말 정산 때 기부금명세서가 넉넉하게 보이는 것이 ‘잘’사는 방법이다.

■ 약력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한국지역사회복지학회 학술이사△한국사회복지교육협의회 대회협력위원장△행정자치부 지방자치단체합동평가단 위원△국무총리실 사회보장위원회 위원(제도조정전문위원장 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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