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음사(陰邪)한 무리들이 지난 10여 년 동안 근거 없는 말로 선동하여 권력층들의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였으니,저 권력자들이 어떻게 공의 무죄함을 알겠는가.평소부터 공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옥사가 일어나자 공을 죽인 것뿐이다”.1801년 신유옥사 당시 이가환이 노론의 공격으로 숨지자 정약용이 친구인 김이재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정약용은 이 편지에서 자신의 형제와 이가환 등 몇몇 학자들이 노론이 꾸민 소인 짓에 당했음을 하소연한다.요즘으로 치면 가짜뉴스에 의한 희생이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이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사회주의 개헌을 하려 한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린 제작자와 유포자를 처벌해달라고 검찰에 고소했다.민·형사상책임을 묻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추미애 대표는 한걸음 더 나아가 “가짜뉴스 유포를 엄중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인터넷 포털에 “가짜뉴스와 인신공격,욕설 등이 난무하고 있다”면서 “가짜뉴스를 묵인·방조하는 것도 공범”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정치권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가짜뉴스에 의한 폐해는 곳곳에서 목격된다.“5·18광주민중항쟁은 북한군이 파견되어 일으킨 폭동이다”,“JTBC가 보도한 최순실 PC는 조작품이다”,“문재인정부의 청와대는 주사파들이 장악했다”는 가짜뉴스가 공공연히 떠돌았고,지난해에는 ‘경비원 컵라면 추석선물’,‘240번 버스기사’ 등의 보도가 가짜로 판명됐다.그러나 이런 가짜뉴스는 허위로 밝혀져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마치 유령처럼 인터넷을 떠돌며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가짜뉴스는 선거판을 흔들거나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한다.미국과 프랑스,지난해 우리의 대선 과정에서 목격한 그대로다.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언한 독일은 혐오발언과 가짜뉴스를 지우지 않는 포털에 대해 거액의 벌금을 물리는 법을 통과시켰다.동성애자라는 가짜뉴스에 시달린 마크롱 프랑스대통령도 강력한 법안을 내놓겠다고 벼른다.6·

13지방선거를 앞둔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경찰이 ‘가짜 뉴스’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흑색선전과 여론조작의 진원지가 정치권에 있으니….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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