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 소품 제작공방 증가
가죽·도자기·냅킨 공예 등 다양
재활용품 리폼 새것으로 재탄생
카페·공방 함께 운영 볼거리 제공

>> 골목 속 동네공방
“회사에서의 행복은 멀리있는게 아니다.없는거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그만큼 일에서 보람을 찾는 직장인이 드물다는 얘기다.시대는 점점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데 관심이 쏠리고 있고 ‘워라밸(Working and Life Balance)’란 말도 생겼다.안락한 취미생활을 찾는 현대인이 고른 하나의 방안은 ‘공방’이다.조용히 숨어있지만 다양한 창작욕구가 마구 생겨나는 곳,도내에도 점점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춘천에 사는 직장인 김미나(30·가명)씨는 퇴근 후 시간이 될 때마다 골목으로 간다.지난번에는 다 마시고 난 빈 맥주캔을 들고 오늘은 집에서 아무렇게나 나뒹굴던 커피 수납장을 들고간다.양구에 사는 주부 이지연(42·가명)씨도 한 달에 두어 번 골목으로 간다.예쁜 그림이 그려진 냅킨을 들고 간다.

이들이 찾는 곳은 눈에 잘 띄지 않고 내비게이션에도 정확히 나와있지는 않지만 한 번 가봤거나 아는 사람들은 모이는 그 곳,‘동네공방’이다.공방에서는 미리 신청한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핸드메이드 소품강의가 한창이다.이들은 강의를 들으며 원하는 향과 모양의 향초를 직접 만들기도 하고 차량용 방향제와 석고방향제 등에 직접 고른 색과 향을 입히기도 한다.고를 수 있는 향도 다양하다.2030세대들이 주로 좋아한다는 피치계열이나 슈가리치,블랙체리,딸기향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많다는 대나무향까지 쭉 준비돼 있다.

공방에서 만드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여성의 취향만을 저격한다는 생각은 금물이다.직접 쓰고 싶어 제작하는 남자들도 늘었다.이들의 취향에 맞게 가죽으로 만드는 키 홀더나 명함지갑,가죽팔찌,노트북 커버 등을 다루는 공방도 생겨났다.도내 한 공방 캔들수업에 참여한 한지욱(26·강원대)씨는 “내 안에 이런 재능이 있는 줄 몰랐다”며 “캔들의 종류도 구름캔들,티라이트캔들 등 많은데 시간될 때마다 한개씩 만들어 지인에게 선물로 나눠주는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곳곳에 퍼지고 있는 공방 인기가 실감난다.이제 어디에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도내에서도 춘천과 강릉,원주 등지 동네골목 구석구석에 공방이 자리잡기 시작하더니 굳이 수도권으로 나가지 않아도 저렴한 가격에 같은 퀄리티로 만들 수 있는 공방이 많아졌다.이곳에서는 만들기 쉬운 캔들과 디퓨저부터 가죽공방,도자기공예,냅킨공예 등을 다룬다.특히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냅킨공예는 꽃이나 나비,명화 등이 그려진 휴지를 직접 풀로 붙여가며 소품을 꾸미는 아트다.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이 직접 고른 디자인으로 작업하고 한땀 한땀 직접 붙여가기 때문에 창작욕과 상상력을 높여주는 냅킨아트는 티슈케이스나 화장품 정리함,밥상,쟁반,의자 등을 리폼할 수 있어 집에서 쓰지않는 가구들을 예쁘게 변신시키는 재미가 크다.

4년동안 춘천에서 공방을 운영해 온 최정례(54·여)씨는 “아이들 다 키우고 시간이 많아져서 소소하게 시작하게 된 게 이렇게 공방까지 차리게 됐다”며 “내가 직접 겪어보니 갱년기가 오고 생활에서 오는 우울을 스스로 다스리는 방법으로 이렇게 직접 뭔가를 만드는 게 효과가 있다” 고 말했다.실제 최 씨는 수년 전 문화센터에서 처음으로 강의를 듣고 취미로 향초와 냅킨아트 제품 등을 한 두개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취미로 배우는 사람들이 많이 찾지만 최 씨는 잠시도 여유부릴 틈 없이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고 좋은 재료들을 고르기 위해 쉴 새 없이 서울을 오고간다.성인이 된 그의 딸도 타지에서 올 때 마다 엄마 몰래 캔들이나 디퓨저 등을 가져가기도 한다고 했다.사실 필수적이라기보다는 악세사리처럼 부가적인 느낌이 강한게 핸드메이드 제품이나 공방에서 만드는 제품들이지만 낮은 가격과 쉬운 방법으로 선뜻 시작하기 망설이던 주부들의 진입장벽을 낮췄다.이들이 선호하는 제품들을 교육비 1만원과 재료비 1만5000원 선에서 예쁘게 리폼할 수 있다.또 완성된 제품은 그 이미지까지 고급화돼 결혼식이나 상견례 등 중요한 자리에서 선물로도 주고받는 등 인기가 많다.

늘 바쁘고 두 개 이상 손에 쥐고 있어야 마음을 놓는 현대인을 고려한 멀티공방도 있다.춘천의 ‘인더드림’은 카페와 공방을 함께 운영해 언제든 커피 한 잔하며 가죽제품들을 구경할 수 있다.원주에도 프랑스 자수를 배울 수 있는 ‘은은한 공방’,카페와 공방을 겸업하는 ‘검댕’ 등이 자리잡고 있다.강릉의 도자기 공방 ‘도자기 만드는 집’에서는 취미반과 정규반을 동시에 모집해 누구든 쉽게 도자기를 직접 만들 수 있다.이 곳 작가는 올림픽 파크 내 특별전에 참여하기도 했다.공방들은 원데이 클래스도 가능하다.삶과 일의 균형을 찾는 일명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속에서 진행형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모습이다. 송혜림 ▶동영상 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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