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도 그리던 평창 동계올림픽이 3 주일 앞으로 다가왔다.오랜 기다림 끝에 맞는 올림픽이다.2010년과 2014년 대회에 도전했다가 실패하고 좌절의 아픔을 겪었다.어떤 기약도 할 수 없는 많은 날을 지나 오늘에 이른 것이다.실패에 좌절하지 않는 용기,뜻을 이루리라는 믿음이 오늘을 있게 한 동력이 됐다.2월9일 개막의 순간을 향해 내딛는 지금의 한 걸음 한 걸음이 훗날 그대로 역사가 될 것이다.

시간을 잊고 올림픽을 준비하는 동안 계절의 시계추는 또 한 고비를 넘는다.얼었다 풀렸다를 반복하는 사이 이 겨울도 기력을 소진해 간다.내일이면 1월도 하순으로 접어드는 20일이고 겨울의 마지막 절기인 대한(大寒)이다.입동(立冬)이 엊그제 같은데,그 사이 소설(小雪) 대설(大雪) 동지(冬至) 소한(小寒)이 다 지난 것이다.명색이 대한이라지만 그 이름 속에 레임덕을 감추려는 허세 같은 게 보인다.

누구도 대한 추위를 걱정하거나 겁내지 않는다.‘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고도 하고 ‘대한이 소한 집에 왔다가 얼어 죽었다’는 속담이 그걸 반증하고 있다.요 며칠 제법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고 포근했는데 누구는 봄기운 같다고 했다.마음이 저만치 앞서고 이런 조급함이 만들어낸 환각(幻覺)이 얼마쯤 있는지도 모른다.이제 대한의 고비를 넘어서면 계절의 걸음은 하루하루 빨라지게 될 것이다.

이 즈음 저마다 기다리는 봄이 있을 것이다.항일의병장 유인석(柳麟錫·1842~19150) 선생의 ‘대한(大寒)’에는 또 다른 봄에 대한 당대의 간절한 기원이 읽힌다.“오늘 대한을 맞이하였으니(今當大寒日)/이후에 따뜻한 봄날이 오리라(此後有陽春)/끝자락의 모진 추위를 견뎌 내어야(耐得寒頭苦)/봄을 맞아 즐거움이 새롭겠지(逢春樂意新)” 자연의 순환 속에서 애써 광복의 봄을 그렇게 예감해 보고 있다.

올해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꽉 막혔던 남북관계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위한 고위급회담에 이어 후속 접촉이 이어지고 있다.지난 10여 년의 긴 교착국면 뒤에 잡은 작은 실마리다.화해하고 연대하는 것이야말로 올림픽을 빛낼 정신이 아닐까.겨울은 곧 끝날 것이지만 꽃이 피기 까지는 궂은 날이 없지 않을 것이다.저 대한의 산맥을 넘어 저 마다의 봄을 만나길 바란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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