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개인의 삶이 보다 중시되는 시대가 돼 가고 있다.이 이야기가 부각되는 것은 그만큼 그동안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다.공동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가 유보되거나 희생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 때가 있었다.이런 점에서 보면 개인이 특별하게 강조된다기보다는 그동안 숨어 있던 개인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이런 기운은 마치 언 땅에서 봄기운이 커가는 것과 흡사하다.

지난해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라는 말이 크게 유행했다.한 번뿐인 인생 순간순간 후회 없이 즐기자는 것이다.개인주의 끝판 같지만 그동안 억눌렸던 본능이 그렇게 터져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올해는 일과 개인의 삶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뜻의 ‘워라밸(Work-Life-Balance)’이라는 어휘가 자주 쓰인다.명예나 재산,사회적 성취보다는 사생활을 중시하고 삶의 보람과 가치를 두는 경향을 말한다.

특히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것이 요즘의 젊은 세대다.20,30대의 직장인을 중심으로 일과 여가,가정의 균형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직장에 모든 것을 걸고 일에 올인 하던 이전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삶이다.이들은 ‘워라밸 세대’라 부른다.이런 흐름은 젊은 세대의 도발적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시대 변화에 따른 필연의 결과로 이미 사회전반에 폭넓게 확산돼 가는 양상이다.

이런 기미를 가장 먼저 귀신같이 알아채는 곳이 정치권이다.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올해 첫 신년사에서도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며 ‘사람중심 경제’를 국정의 주요 과제로 내걸고 있다.정치의 귀착점이 결국엔 국민의 구체적 삶을 바꾸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이런 점에서 한 사람 한 사람에 주목하는 구체성에 정치의 성패가 달린 것이다.

이전 선거에서 ‘저녁이 있는 삶’이 화두가 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이상적 정치를 논한 ‘예기’ 왕제 편에 “무릇 백성을 부리는데는 노인이 할 정도의 일을 맡기고,먹이는 데는 장년이 먹을 만해야 한다(凡使民 任老者之事 食壯者之食)”는 말이 등장한다.오늘로 이야기 하자면 일과 삶의 균형 같은 것인데 이미 산술적 균형을 넘어서는 정치의 여백이 보인다.일과 삶의 조화로 새 패러다임을 열어야 하겠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