봅슬레이연맹 "수백번 테스트 주행 끝에 결론…현대차에도 정말 감사"
여자 대표팀은 현대차 제작 썰매 타고 평창올림픽 출전

▲ 원윤종-서영우가 과거 라트비아산 썰매를 타고 경기하는 모습
▲ 원윤종-서영우가 과거 라트비아산 썰매를 타고 경기하는 모습
한국 봅슬레이의 '간판' 원윤종(33)-서영우(27) 조가 결국 현대자동차가 아닌 라트비아 장인이 만든 썰매를 타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한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은 22일 '남자 2인승 봅슬레이 대표팀은 라트비아산 BTC 썰매로 올림픽에 나간다'고 공식 발표했다.

라트비아산 썰매는 원윤종-서영우는 2015∼2016시즌 월드컵 세계랭킹 1위를 차지했을 때 탔던 썰매다.

현대자동차에서 개발한 한국형 봅슬레이는 올시즌 이 썰매를 타고 북아메리카컵 랭킹 1위를 달성한 여자 봅슬레이 2인승 김유란(26)-김민성(24) 팀의 선택을 받았다.

그동안 대표팀은 현대차와 협업을 통해 전 세계 트랙을 돌며 한국형 봅슬레이와 라트비아산 썰매를 놓고 테스트를 진행했다.

연맹은 "0.01초를 다투는 봅슬레이에서 테스트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날씨, 얼음 상태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 수백 번 이상의 주행이 필요했다"며 "변수를 줄이기 위해 주행이 끝나면 지도자와 선수가 밤새 영상과 기록을 분석했다"고 어려웠던 과정을 설명했다.

테스트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피에르 루더스 코치 등 세계적인 지도자가 직접 주행하며 '파일럿' 원윤종과 지속해서 의견을 교환했다.

2016년 10월부터는 평창의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수백 번의 주행 테스트를 했고, 지난주 최종 테스트를 끝으로 장비 선택을 마무리했다.

현장에서 직접 테스트를 지휘해 온 이용 총감독은 "힘든 결정이었다"며 "두 썰매의 성능 차이는 없었다. 다만 10번 탔을 때 10번 모두 안정적으로 탈 수 있는 좀 더 손에 익은 썰매를 선택해야만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 2016년 10월 평창올림픽용 신규 봅슬레이 전달한 현대차
▲ 2016년 10월 평창올림픽용 신규 봅슬레이 전달한 현대차
현대자동차는 2015년 10월 최초의 한국형 봅슬레이를 제작했고, 1년 뒤에는 대표팀이 평창올림픽에 출전할 때 사용할 봅슬레이를 만들어 전달했다.

하지만 2016∼2017시즌 들어 원윤종-서영우 조의 성적이 떨어지자 "현대차 썰매 때문이 아니다"라는 대표팀의 해명에도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원윤종-서영우의 세계랭킹은 2016∼2017시즌 3위로 떨어졌고, 2017∼2018시즌에는 전체 8차례의 월드컵 중 3차례만 출전하고 평창에서 더 많이 훈련하기 위해 중도 귀국했다.

이들은 올 시즌 3차례의 경기에 모두 BTC 썰매를 타고 출전해 10위, 13위, 6위를 차지했다.

연맹은 "현대차가 없었더라면 대한민국 봅슬레이 대표팀이 지금의 위치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연맹은 "현대차는 봅슬레이 종목이 국내에 알려지기 전인 2014년부터 한국형 장비 개발과 더불어 엔지니어 지원, 썰매 날 지원 등 여러 분야에서 연맹을 도왔다"며 "이런 도움에 힘입어 한국 봅슬레이는 많은 발전이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이 총감독도 "현대차 봅슬레이의 성능은 이미 최고 수준에 올라왔다. 썰매 외에 장비 개발 등 많은 부분에서 현대차의 도움과 지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대차와의 협업은 평창올림픽을 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작됐다"며 "이번 올림픽을 시작으로 종목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협업이 지속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랜 고심 끝에 올림픽 출전 썰매를 선택한 대표팀은 이제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평창올림픽을 위한 최종 적응 훈련에 돌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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