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승근 고성군수
▲ 윤승근 고성군수
지난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우리나라는 산림녹화가 국가의 중요 핵심 정책이었다.

6·25전쟁으로 전 국토가 황폐화되고 온 산하가 붉게 드러난 민둥산이었기에 국가가 나서서 나무심기에 온 힘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그 당시 강원도지사를 지낸 분들도 산림녹화를 도정구호 또는 도정방침으로 정할 정도였으니 두말할 것 없다.

60여년에 걸친 산림녹화 정책의 결과 이제는 전 세계가 부러워할 만한 산림 강국으로 발돋움했다.이러한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126조원에 이르며 국내 총생산(GDP)의 8.5%를 차지한다고 2014년 국립산림과학원이 밝힌바 있다.

이렇게 소중한 산림자원이 한 순간에 잿더미로 변할 수도 있다.고성군도 지난 1986년과 1996년 그리고 2000년에 역사에 기록될 만한 대형 산불의 아픔을 겪었다.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과 솔잎혹파리도 무시할 수 없는 악재 중의 하나이다.고성군은 이러한 각종 재앙으로부터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매년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산불예방과 병해충 방재활동,그리고 숲 가꾸기 등 치산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분야에서 고민거리가 생겨나고 있다.근래 국민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산업 역군들이 은퇴시기에 접어들면서 귀농 귀촌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지구 온난화와 이산화탄소 배출문제,원자력 발전을 대체할 신재생에너지로 태양광 발전이 각광을 받으면서 택지 또는 태양광발전을 위한 산지개발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또한 아이러니 하게도 대규모 산지 전용을 원하는 사업장에는 대부분 소나무 수종이 주를 이룬다.앞서 말한 산림녹화 정책의 결과로 생겨난 30∼50년생 소나무들인 것이다.고성 지역의 소나무들은 옛날 궁궐과 사찰을 짓는데 사용하던 금강송이 대부분이다.

금강송은 다른 말로 적송,육송,홍송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특히 고성지역의 소나무는 금강산 근처에서만 자생한다는 미인송(美人松)이어서 그 인기가 전국 제일이다.

다리가 늘씬한 여인처럼 하늘 높이 쭉쭉 뻗어 자라기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지난 2007년 고성군 도원리에서 자생하던 금강송 80그루가 국회 개원 제59주년을 맞아 국회 본관 앞에 기념식수로 이식되었고 세종시 국무총리실 공관 정원수로도 제공되며 그 명성을 날린바 있다.

지금도 수도권의 아파트 단지 식재용으로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잘 키운 소나무 한 그루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호가한다는 이야기도 있다.이러한 인기 덕분에 ‘제보다 젯밥’에 눈이 먼 산지전용 행위가 종종 있으며 불법 굴취도 적지 않게 적발되고 있다.

짧게는 수십년에서부터 길게는 수백년간 가꾸고 보존해 온 자원을 이처럼‘곶감 빼먹듯’하다간 고성군 명품 소나무의 씨가 마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유재산이라는 명목으로 쉽게 허가하기 보다는 그로 인한 폐해의 심각성과 공익적 가치 그리고 고성군의 관광자원화를 위해서라도 난개발은 없어야 한다.

요즘 산림치유를 통한 힐링 산업이 새로운 고 부가가치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난개발보다는 잘 보존된 산림을 이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개발할 것인가 보존할 것인가’,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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